선수는 빛 봤고, 구단은 심 봤다

심진용 기자 2024. 4.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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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의 ‘2차 드래프트’…살아난 ‘패자 부활의 무대’
왼쪽부터 NC 김재열, 두산 김기연, 롯데 최항. 각 구단 제공
NC 김재열 핵심 불펜으로 부상
김기연·최항도 새 유니폼 입고
1군서 가치 증명 ‘터닝포인트’

올 시즌도 ‘전문가 예상과 달리’ 순항 중인 NC의 새로운 히트 상품은 우완 불펜 김재열(28)이다. 16차례 구원 등판해 15.2이닝 동안 3점만 내줬다. 묵직한 포심 패스트볼에 각도 큰 포크볼을 앞세워 NC 핵심 불펜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팀 내 불펜 최다 이닝을 소화했던 류진욱이 시즌 초 부상으로 잠시 이탈했지만, 김재열이 새로 가세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김재열은 지난해 11월, 4년 만에 부활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고 NC로 이적했다. 김재열이 이전 소속팀 KIA에 그대로 남았어도 올 시즌 같은 성과가 가능했을지는 미지수다. 김재열의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KIA 불펜진이 너무 두껍다. 장현식부터 곽도규, 최지민 그리고 마무리 정해영까지. 빈틈을 찾기가 어렵다.

김재열은 2014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의 지명을 받았지만, 1군에서 단 한 차례 등판도 하지 못하고 2017년 방출됐다. 입단 테스트를 받아가며 KIA에서 새로 기회를 잡았지만, 역시 뚜렷한 활약은 하지 못했다. 4시즌 동안 모두 104.2이닝 투구에 그쳤고 지난 시즌에도 11.2이닝밖에 던지지 못했다. 평균자책이 13.11까지 치솟은 탓에 많은 기회를 받기 어려웠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한 NC 이적이 어쩌면 김재열 야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지도 모른다.

두산 김기연(27), 롯데 최항(30)도 2차 드래프트로 팀을 옮기며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팀의 소금 역할을 하며 자기 가치를 입증 중이다. 김기연이 합류하며 두산은 양의지 백업 포수 고민을 덜었다. 지난 시즌 SSG에서 21경기 출장에 그쳤던 최항은 올 시즌 벌써 22경기를 소화했다. 최항이 없었다면 롯데의 내야 뎁스 고민은 더 커졌을 게 분명하다.

KBO 2차 드래프트는 2012년이 시작이다.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팀 전력 등 이유로 1군에서 자리 잡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였다. 메이저리그(MLB)의 ‘룰 5 드래프트’를 벤치마킹했다. NC 이재학이 대표적인 2차 드래프트 출신 스타 플레이어다. 2010년 두산에서 데뷔한 이재학은 2011시즌을 부상으로 날렸고, 이듬해 KBO 첫 2차 드래프트를 통해 NC로 이적했다.

역시 두산 출신으로 2012년 롯데로 옮긴 김성배도 불펜 핵심 자원으로 역량을 발휘했다. 최근 들어서는 LG 신민재가 주목을 받고 있다. 2018년 2차 드래프트 때 두산에서 LG로 팀을 옮겼다. 지난해부터 본격 활약하며 LG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 주전 2루수가 됐다.

순항하는 듯하던 2차 드래프트는 2020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특정 구단에 선수 유출이 편중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KBO는 2차 드래프트 대신 퓨처스리그 FA를 도입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다시 2차 드래프트로 복귀했다.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2차 드래프트가 원래 목적 그대로 ‘패자부활의 무대’가 되고 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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