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의 자기 과시와 관음증이 빚은 스릴러…영화 '그녀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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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경쟁적으로 자기 모습을 전시하면서 타인의 관심을 끄는 공간이다.
자극적으로 자기를 과시할수록 구독자와 팔로워가 늘어나지만, 인간적인 만남은 찾기 어렵다.
김세휘 감독이 연출한 영화 '그녀가 죽었다'는 인간과 인간의 만남 대신 자기 전시와 타인에 대한 관찰만 있는 SNS 생태계 위에 구축한 스릴러다.
타인에 대한 관찰에 중독된 정태처럼, 자기 전시밖에 모르는 소라도 인간적인 만남의 세계로 들어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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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경쟁적으로 자기 모습을 전시하면서 타인의 관심을 끄는 공간이다.
자극적으로 자기를 과시할수록 구독자와 팔로워가 늘어나지만, 인간적인 만남은 찾기 어렵다. 그저 '좋아요' 수치와 별 의미 없는 무수한 댓글이 난무한다.
김세휘 감독이 연출한 영화 '그녀가 죽었다'는 인간과 인간의 만남 대신 자기 전시와 타인에 대한 관찰만 있는 SNS 생태계 위에 구축한 스릴러다.
주인공 정태(변요한 분)는 겉보기엔 잘 나가는 공인중개사지만, SNS에서 타인을 관찰하다 못해 오프라인에서도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관음증에 걸린 사람이다.
의뢰인의 집 열쇠를 관리하는 그는 고객이 외출한 집을 몰래 드나든다. 주인이 신경 쓰지도 않을 것 같은 하찮은 물건을 훔쳐 그 사진을 기념품처럼 간직하는 모습은 그의 병적인 심리를 보여준다.
SNS 인플루언서 소라(신혜선)를 우연히 알게 된 정태는 그를 엿보기 시작한다. 결국 소라의 카드키를 손에 넣은 정태는 그의 집도 드나들지만, 어느 날 살해당한 소라를 발견하면서 소스라치게 놀란다.
허락도 없이 남의 집에 들어가는 범죄를 저지르다가 살인 현장을 목격한 탓에 이를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정태의 딜레마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태는 SNS가 삶의 중심이 되면서 병들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소라도 마찬가지다. SNS에선 비건(채식주의자) 행세를 하면서 편의점에서 소시지를 먹는 그의 삶은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해 보인다.
"난 내가 제일 불쌍해"라는 소라의 말은 그의 자기 연민과 나르시시즘을 집약한다. 타인에 대한 관찰에 중독된 정태처럼, 자기 전시밖에 모르는 소라도 인간적인 만남의 세계로 들어가지 못한다.
캐릭터 설정과 이야기가 다소 극단적이긴 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교묘하게 엮으면서 긴박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낸 연출이 돋보인다.
남의 사생활을 몰래 훔쳐보던 정태는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자신을 훔쳐보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그가 관찰자의 실체에 다가가는 과정은 긴장감을 자아낸다.
치밀하게 설계된 범죄의 실체에 접근함과 동시에 대중적 의사소통 수단과 범죄의 상호작용을 그린 이 영화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스릴러 '나를 찾아줘'(2014)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보이스'(2021)에서 인정사정없이 범죄를 파헤치는 히어로를 연기한 변요한은 이번엔 별다른 죄의식 없이 범죄에 발을 들여놨다가 또 다른 범죄에 휘말려 발버둥 치는 평범한 인물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지난해 스릴러 '타겟'과 액션 영화 '용감한 시민'으로 주목받은 신혜선은 조금씩 베일이 벗겨지는 의문의 인물인 소라 역을 맡아 극의 긴장감을 끌어간다.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과정을 정태가 주도하면서 이엘이 연기한 강력반 형사 영주는 상대적으로 이야기의 주변에 머무르는 느낌이다.
'그녀가 죽었다'는 '치외법권'(2015), '인천상륙작전'(2016), '덕구'(2018)의 각색 등으로 경력을 쌓은 김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김 감독은 "남들은 모르는 걸 나만 알고 싶다는 나쁜 열망과 타인의 관심을 원하는 인간 본연의 욕망을 그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5월 15일 개봉. 102분. 15세 관람가.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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