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해도 괜찮아'… 흥행 금기 깬 뮤지컬의 비결 [김덕희의 온스테이지]

파이낸셜뉴스 2024. 4. 2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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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소년이 있다.

나무에서 떨어져 팔에 깁스를 했고, 소심해서 친구 사귀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평범한 소년이다.

한 소년의 거짓말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바로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이다.

이런 정교한 드라마를 빌드업하기 위해 다른 대극장 뮤지컬에 비해 노래의 비중이 적고, 대사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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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
여기 한 소년이 있다. 나무에서 떨어져 팔에 깁스를 했고, 소심해서 친구 사귀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평범한 소년이다. 우울증 치료상담사의 충고에 따라 자기 자신에게 쓴 편지가 우연히 코너 머피라는 친구의 손에 들어가고, 코너가 자살하면서 에반 핸슨의 거짓말이 시작된다. 코너를 기억하는 코너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에반의 연설은 SNS에서 화제가 되고 에반도 학교에서 유명인사가 된다. 한 소년의 거짓말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바로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이다. 2016년 브로드웨이 공연을 개막하고 2017년 토니어워즈 최우수작품상, 극본상, 작곡상 등을 수상해 화제가 됐고 동명 뮤지컬 영화로도 제작됐다.

뮤지컬 제작자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금기 중 하나는 주인공이 찌질하면 작품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찌질한 인물이면 감정이입이 쉽지 않으며, 관객들은 그런 주인공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어 에반 핸슨'은 이런 금기를 뛰어넘는다. 주인공은 소심하고 우울증이 있으며 심지어 거짓말로 모두를 혼란에 빠뜨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어떻게 세계적인 명작이 될 수 있었을까?

스포일러지만 에반이 나무에서 실수로 떨어져서 깁스를 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사실은 에반 스스로 나무에서 떨어졌고, 코너의 자살은 에반의 경험과 연결돼 있다. 코너에게 보냈다는 거짓 편지 속에는 에반의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심이 담겨 있다. 자기 자신에게 보낸 이야기들이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자살'과 '거짓말' 같은 소재는 뮤지컬에서 다루기 쉽지 않다. '디어 에반 핸슨'은 정교한 드라마 구성을 통해 이런 어려운 소재들을 관객들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드라마로 만들어놓았다. 이런 정교한 드라마를 빌드업하기 위해 다른 대극장 뮤지컬에 비해 노래의 비중이 적고, 대사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 에스앤코 제공

말 그래도 주옥같은 넘버들로 무대를 채운다. 뮤지컬 음악의 정석처럼 드라마의 장면에서 언제 음악이 시작되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할 만큼 드라마와 음악이 잘 결합돼 있다. 그리고 무대 위 출연배우가 8명밖에 되지 않지만 이 복잡한 드라마를 전달하는 것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8명의 배우로 중극장을 꽉 채울 수 있었던 요인은 훌륭한 뮤지컬 넘버 외에도 무대미술도 큰 역할을 한다. 전면 LED를 사용하지만 레이어 구조를 통해 공간의 변화와 SNS상의 이미지들을 구현하면서도 입체적인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으며, 영상과 조명이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기 위해 감각적인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무대 센터에 내려오는 큰 나무 한 그루는 LED 영상으로 채웠던 무대에 리얼한 나무 세트가 등장함으로써 감각적인 반전과 주제적인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한다.

영화를 미리 보는 것은 흥미로운 비교가 될 수 있는데, 영화를 통해 이야기를 이해했다면 공연을 통해선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다. 영화보다 훨씬 더 좋고 감동적인 공연의 경험을 통해 라이브 연기와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깨달을 수도 있다. 올봄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공연임에 틀림없다.

서울시뮤지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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