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파묘' 속 백두대간서 희망과 미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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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영화 '파묘'가 올해 1000만 관객을 달성했다.
백두대간 책을 낸 필자가 파묘를 안 봤다니 말도 안 된다며 온 주위 사람들로부터 유형무형의 압력이 들어왔다.
오컬트 영화에 웬 백두대간? 파묘에는 백두대간이 네 번이나 등장한다.
파묘에서 비석 뒷면에 새겨진 13자리 숫자는 백두대간의 허리를 지도상에서 찍어서 경도와 위도를 나타내는 좌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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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영화에 웬 백두대간? 파묘에는 백두대간이 네 번이나 등장한다.
첫 번째 백두대간은 산꼭대기 묘지에 도착한 일행 가운데 장의사 영근이 영접한다. 웅장한 산맥을 보며 북한까지 보인다고 말한 대목이다. 두 번째는 보국사 헛간 궤짝에서 나온 대동여지도의 백두대간과 붉게 표시된 특정 지점이다. 세 번째는 법사 봉길이 입원한 병원 대기실에 걸려있던 대형 사진 속에 백두대간이 담겨있다. 네 번째로는 봉길의 온몸에 새겨진 축경 문신과 오니가 이를 절묘하게 비껴서 봉길의 허리 부분에 입힌 치명상과 봉합 수술을 한 상처, 바로 이 장면 뒤 백두대간이 오버랩되면서 스쳐 간다.
박근현의 손자 박지용이 할아버지의 원귀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상덕에게 여러 차례 했던 말이 있다. 바로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이다. 여기서 범은 바로 백두대간을 의미한다. 1900년대 초 일본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가 쓴 '조선산악론'이라는 논문에는 한반도의 형태를 토끼, 구부정한 노인 등에 비유하고 있다. 조선을 낮춰보는 이러한 표현, 조선 사람의 당당한 정체성을 스스로 포기하고 일제에 굴종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교활한 프레임에 맞서 최남선은 1908년 '근역강산맹호기상도'를 제시했다.
일본 음양사 무라야마 준지는 대번에 일제 시기 당시 실존했던 무라야마 지쥰을 연상케 한다. 1919년부터 20년 넘게 전국을 돌며 풍수지리와 민속신앙·귀신 등을 체계적으로 조사한 내용은 모두 13권의 방대한 보고서로 발간됐다. 이는 조선총독부가 조선의 영구 식민지화를 위한 기본적인 통치자료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파묘에서 비석 뒷면에 새겨진 13자리 숫자는 백두대간의 허리를 지도상에서 찍어서 경도와 위도를 나타내는 좌표다. 1910년 모든 기준이 바뀌었는데 이를테면 경위도 좌표의 원점이나 표준시가 도쿄 기준으로 바뀐 것 등이다. 1985년에서야 비로소 수원 국토지리정보원에 설치됐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일제가 금지했던 백두대간이 세상에 다시 알려지게 된 1986년과 맞물린다.
내년은 마침 '백두대간법'이 시행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파묘에서 주술적 쇠말뚝을 뽑아냈듯이 국민의 잠재의식 속에 널리 퍼져있는 풍수침략설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로 나아가려면 무엇보다도 미진했던 백두대간의 인문가치 발굴과 확산이 중요하다. 파묘가 주는 '후손들에게 물려줄 땅'의 메시지는 그래서 더욱 빛난다. 백두대간을 보전하기 위해 노력중인 산림청은 생태계의 보고(寶庫)인 백두대간 보전과 인문학적 가치 보존·계승 등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는 데 앞장서기를 바란다.
김우선 백두대간진흥회 인문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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