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심장 졸이는데 어떻게 나만"…왜 강승호 아내는 외야석에 몰래 올까[김민경의 비하인DOO]

김민경 기자 2024. 4. 29.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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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강승호의 아내 홍지효 씨가 외야석에서 경기를 관전하고 전광판에 나온 남편을 찍어 기록을 남겼다. ⓒ 강승호
▲ 강승호의 아내 홍지효 씨가 외야석에서 촬영한 남편의 사진. ⓒ 강승호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남편이 경기장에서 심장 졸이면서 뛰고 있는데, 자기만 편하게 앉아서 야구를 보는 건 조금 아닌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두산 베어스 2루수 강승호(30)는 경기를 마치고 아내 홍지효 씨가 외야석에서 찍은 사진을 확인할 때마다 깜짝 놀란다. 홍 씨는 남편이 경기하는 경기장을 찾을 때 2가지 원칙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남편에게 알리지 않고 직접 티켓을 구매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외야석에 앉는 것이다. 선수 가족의 경우 선수를 통해 내야 테이블석 티켓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그런데도 홍 씨는 늘 조용히 경기장을 찾아 외야석에서 남편의 플레이를 지켜본 뒤 다시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간다.

강승호도 이유가 궁금해 아내에게 왜 본인에게 티켓을 요청하지 않는지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홍 씨는 "내가 외야에서 경기를 볼 때 남편의 성적과 팀 성적이 좋았던 기억이 많았던 게 가장 크다. 그리고 남편이 경기장에서 심장 졸이면서 뛰고 있는데, 나는 테이블석 같은 데 앉아서 편하게 야구를 보는 건 조금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같은 마음으로 경기장에 있고 싶었다. 그런 여러 이유로 외야석에서 경기를 조용히 보고 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강승호는 최근 대전에서 한화 이글스와 3연전을 치를 때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아내가 직접 티켓을 구매해서 경기장에 몰래 오니까. 나는 아내가 경기장에 오는지도 모른다. 경기가 다 끝나고 휴대전화를 확인했을 때 아내가 외야에서 찍은 사진이 전송돼 있으면 그때서야 야구장에 왔던 사실을 안다"고 이야기하며 웃어 보였다.

아내의 깜짝 방문을 알게 된 이후로 강승호는 한번씩 외야석을 확인하곤 한다. 플레이가 좋았던 날이면 더 외야석으로 눈길이 간다.

강승호는 "평일 경기라서 외야석에 관중이 별로 없을 때는 보려고 하면 아내가 보이기도 하더라. 그런데 또 경기장에 관중이 많고 정신이 없을 때는 찾으려 해도 못 찾는다. 이제는 은근히 그런 게 생겼다. 내가 조금 잘하고 그런 날에는 '혹시 아내가 왔었나' 그런 생각을 한번씩 하게 된다"고 밝혔다.

아내 홍 씨는 종종 외야석에서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공개하곤 한다. 두산 팬들은 그래서인지 강승호가 잘하는 날이면 강승호처럼 홍 씨가 외야석에 왔는지 확인한다고 한다. 두산 팬들은 그런 홍 씨를 흔히 말하는 '승리 요정'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강승호는 "아내가 경기장에 왔을 때 매번 잘하고 팀이 이겼던 것도 아닌데, 팬들께서 좋게 보고 계시단 이야기를 들으면 감사하다. 그래도 (결과가 좋을) 확률이 높긴 높더라. 내가 잘할 확률도 조금 높았던 것 같고, 팀이 또 이겼던 적도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좋게 봐주시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 두산 베어스 강승호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강승호 ⓒ 두산 베어스

홍 씨는 강승호가 시즌 초반 거의 매 경기 실책을 저지를 정도로 수비가 불안해지자 나쁜 기운을 떨치자는 의미로 소금을 뿌리기도 했다. 강승호는 29일 현재 실책 9개로 리그 1위다. 지난 9일 잠실 한화전까지 시즌 초반 15경기에서 실책 8개를 쏟아내면서 답답한 시간을 보냈는데, 이후 17경기에서는 실책 1개만 기록하면서 안정감을 찾았다. 강승호가 조승환 수비코치와 경기를 마치고 야간에 따로 수비 훈련을 더 하는 등 노력을 하기도 했지만, 아내가 소금을 뿌려 준 것도 도움이 됐으리라 믿는다.

강승호는 "시즌 초반에 내가 실책을 많이 하니까 아내가 뭐라도 해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엘리베이터 문이 딱 열려서 집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집 현관문이 열려 있더라. 아내가 나를 보고는 '들어오지 마, 들어오지 마'해서 '뭐야' 했더니 갑자기 나한테 소금을 착착 뿌리더라"고 회상하며 웃었다.

이어 "뭐 꼭 그렇게 소금을 뿌려서 실책이 줄고 잘 풀렸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아내가 그렇게 뭐라도 해 주려고 했던 게 감사했다. 확실히 뭔가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있었다(웃음). 기분 탓이겠지만, 그런 말과 행동 하나가 엄청 크더라. 이제는 몸이 왠지 가벼워진 것 같고, 잘될 것 같은 느낌이 막 들었다"고 덧붙였다.

강승호는 경기장 안팎에서 아내의 내조를 받으며 올해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32경기에서 타율 0.336(125타수 42안타), 7홈런, 22타점, OPS 0.970을 기록했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팀 내 타율 2위, 홈런은 김재환과 공동 1위, 타점 4위, OPS 1위다. 지금 페이스면 3년 연속 비FA 야수 고과 1위를 차지할 확률이 높다.

강승호는 현재 빼어난 타격을 펼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요즘 사실 느낌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래도 확실히 작년, 재작년보다는 한 단계 발전한 느낌은 든다. 이제는 부진한 시기가 와도 그렇게 오래 갈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아직 100% 이게 내 타격 자세다 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 타격이 내게 맞는 것이란 확신이 조금 있다"고 말했다.

강승호는 2022년 1월 홍 씨와 결혼한 뒤로는 단 한번도 팀 내 비FA 야수 고과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2021년 두산 이적 첫해 연봉 5000만원을 받았던 강승호는 2022년 1억1500만원, 2023년 2억원, 2024년 2억5500만원으로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시즌 초반 성적을 유지하면 내년에는 연봉 3억원 그 이상을 노려볼 수도 있다.

강승호는 2022년 홍 씨와 결혼할 당시 "힘든 시기에 옆에서 큰 힘이 돼 줘 고맙다.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게 돼 행복하다. 앞으로 열심히 야구 해서 아내에게 멋진 남편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강승호는 외야석에서 함께 가슴 졸이며 경기를 지켜보는 아내를 위해 그라운드에서 이 다짐을 묵묵히 지켜 나가고 있다.

▲ 두산 베어스 강승호(오른쪽)와 아내 홍지효 씨의 결혼 사진.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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