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회담 85%가 윤 대통령 발언”...이 대표 “답답하고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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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뤄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회동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으로 전환된 뒤 이 대표에게 용산 대통령실에 관해 설명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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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 하느라 아주 고생이 많으셨을 텐데 이제 건강은 회복하셨습니까.”(윤석열 대통령)
“아직 많이 피로합니다. 고맙습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뤄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회동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께 회담 장소인 2층 집무실을 찾은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그는 악수하며 이 대표의 팔을 감싸고 친밀감을 보였다. 이들은 함께 2층 로비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이 대표는 “오늘은 비가 온다고 했던 거 같은데 날씨가 아주 좋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이 (회담을) 고대했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날씨를 준 게 아닌가”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본격 회담이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이내 팽팽하게 당겨졌다.
이 대표는 사진 촬영을 마친 일부 취재진이 대통령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철수하려하자 “퇴장할 건 아니고,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미리 준비한 에이(A)4 용지 10장 분량의 원고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오다 보니가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는 뼈 있는 농담을 시작으로 당 최고위원회 공개 발언을 방불케 하는 작심 발언을 이어 갔다. 그는 “오늘 드리는 말씀이 거북할 수 있는데, 야당과 국민이 이 정부 2년에 대한 평가 일면이라고 생각해달라”며 △민생회복지원금 수용 △의정갈등 조속 해결 △윤 대통령의 과도한 거부권 행사 유감 표명 및 자제 △이태원참사 특별법‧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특검법 수용 등 그간 민주당이 주장해 온 국정 요구 사항을 빠짐없이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건희 여사 의혹에 관해서도 “(국정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제가 말씀드린 것이 상당히 불쾌할 수 있다”며 “제 말씀은 제 입을 빌린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해주면 고맙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 발언이 15분가량 이어지는 동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굳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는 이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말씀 감사하다. 평소에 이 대표와 민주당에서 강조한 얘기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예상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으로 전환된 뒤 이 대표에게 용산 대통령실에 관해 설명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용산 경내의 위치와 역사, 지리적 배경 등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관심을 모았던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독대’는 없었다. 민주당 쪽 관계자는 “독대를 하면 거래를 했다는 말이 나올 수 있어 애초 대통령실 쪽에 독대는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 뒀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는 우엉차와 한과, 과일이 곁들여졌다. 대통령실 쪽은 “이 대표가 우엉차를 좋아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회담은 예정됐던 1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15분동안 이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회담을 마치며 덕담이 오갔고,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초청해주고 배려해준 데 감사하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자주 보자’고 화답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회담 뒤 “답답하고 아쉬웠다”며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5시30분 브리핑을 열어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 관련해서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며 이렇게 전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영수회담에 대해서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날 비공개 회담에서는 윤 대통령의 각종 의제 관련 답변이 길어지면서 거부권 행사 자제 등 일부 의제에 대해선 입장 표명은 없었다고 한다. 박 수석대변인은 “거부권 문제에 대해 비공개 회담에서 언급은 없었다”며 “이 대표가 화두를 꺼내면 윤 대통령이 답변했는데, 답변이 상당히 길었다. 천 비서실장이 계산을 해보니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발언 비율이) 85 대 15”라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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