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돌아와야 진료”… 지방대 의대교수도 ‘휴진 선언’ 확산
조희연 2024. 4. 29. 19:11
출구 없는 의·정갈등
항의 의미 사직 아닌 ‘진료 중단’
충북대교수 “수리와 별개로 사직”
원광대 단체 사직서·주1회 휴진
정부, 군의관·공보의 추가투입 검토
교수 업무 대체는 사실상 불가능
진료공백 우려 속 정부 “대란 아냐”
의대 임상실습 재개했지만 파행
부산·동아대 참여 각 10명 안돼
항의 의미 사직 아닌 ‘진료 중단’
충북대교수 “수리와 별개로 사직”
원광대 단체 사직서·주1회 휴진
정부, 군의관·공보의 추가투입 검토
교수 업무 대체는 사실상 불가능
진료공백 우려 속 정부 “대란 아냐”
의대 임상실습 재개했지만 파행
부산·동아대 참여 각 10명 안돼
의·정 갈등이 11주차에 접어들면서 전공의 공백을 메워온 교수들의 ‘사직’과 ‘휴진’ 선언이 하나둘 늘고 있다. 아직 집단 사직 움직임은 없지만, 지방 대학병원의 휴진 선언이 이어지는 등 의대 교수들의 진료 이탈 움직임이 일고 있다. 주요 ‘빅5’ 병원 중에선 서울대와 세브란스병원 교수 일부가 30일 휴진을 예고했다.
가운 벗는 의사들 29일 전북 익산시 원광대병원 대강당에서 원광대 의대·병원 소속 교수들이 의대 학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후 의사 가운을 반납하고 있다. 익산=뉴시스 |
충북대병원 정형외과 김석원 교수는 29일 충북대 의대 강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학교 측의 사표 수리와는 별개로 이번주 중 사직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애초 이달 말까지 근무하고 병원을 떠나기로 했으나 외래 진료 등을 위해 2주간 근무하고 병원을 떠나겠다”며 “후임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방재승 비대위원장 등 수뇌부 교수 4명도 5월1일부로 사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7일 사직 의사를 밝히고 20일 뒤 사직서를 낸 김 교수는 “이 사태가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전공의들이 돌아오는 등 해결되면 병원에 남을 수 있다”며 “일방적인 수술 연기 통보를 한 환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고 제자들(전공의)을 볼 면목이 없다”고 울먹였다.
이 자리에 함께한 배장환 충북대병원·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재 충북대에서 개인적으로 사직을 결정한 교수는 외과와 내과 교수”라며 “신원조회가 끝나면 곧바로 사직이 이뤄지는 교수가 있고 6월1일 사직하는 등 교수 이탈이 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직원을 올렸다.
전북 원광대 의대 및 원광대병원 교수들은 이날 병원 대강당에 모여 의대학장에게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25일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낸 뒤 두 번째다. 주 1회 휴진 계획도 밝혔다. 강홍제 비대위원장은 “최근 2개월간 의대 교수들이 주중 5일 근무에 주중 야간과 주말 당직까지 교대로 수행해 체력적 한계를 넘어선 상태”라며 “이런 근무를 지속할 경우 환자에게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매주 금요일 외래 진료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했다.
교수 집단 사직·휴진이 현실화할 경우 의료 공백 악화는 피할 수 없다. 정부는 교수 이탈에 대응하기 위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추가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의료기관 63곳(22일 기준)에 군의관과 공보의 396명을 투입했는데, 3차 파견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공의 과정을 수료하지 않은 ‘일반의’나 전공의 과정을 수료한 ‘전문의’인 군의관·공보의가 당장 교수를 대신해 진료하거나 수술을 집도하긴 어렵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군의관·공보의가 교수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교수들이 현장을 비우면 진료 공백이 예상되기 때문에 그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조치”라고 했다.
정부는 다만 교수 이탈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차관은 “형식과 요건을 갖춰서 제출된 사직서는 굉장히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의료대란 수준의 현장 혼란은 아닐 것”이라고 했고, 교육부는 “학교 차원에서 수리된 교수 사직서는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교수들의 집단 휴진에 대해 관계법령 위반인지를 검토하는 가운데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자는 새 집행부를 꾸리면서 2명이던 변호사 출신 법제이사를 4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임 당선자는 “전공의와 교수 등 의협 회원의 권리 보장을 위해 의협을 로펌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의대는 속속 수업을 재개하고 있지만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로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울산대 의대는 강의 재개를 다음달 31일로 다시 연기했다. 계명대는 의대 임상실습 개강을 무기한 연기하고 영남대는 다음달 7일 재개하기로 했다. 부산대와 동아대는 이날 의대 본과 3∼4학년들의 임상실습을 재개했으나 실습 참여 의대생들은 각각 10명이 채 안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임상실습 수업을 재개한 원광대와 경북대 역시 대부분 본과생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임상실습을 거부했다.
조희연 기자, 청주=윤교근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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