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사과' 시름 더니 채소·원재료값 급등… 신기루 된 ‘2%대 물가’ [멈추지 않는 '물가 폭탄']
평년 대비 양파 31%·당근 44% 올라
커피·카카오·설탕 원재료 수입가 상승
빵·과자 등 먹거리 가격 인상도 불가피
중동발 리스크에 국제유가까지 불안
정부 내세운 ‘3월 정점론’도 물 건너가
“당분간 물가 2%대 진입은 어려울 듯”
‘금(金)사과’ 시름을 덜고 보니 김, 배추, 기름까지….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1분기 내내 고물가의 ‘상징’이었던 사과값이 하락 안정세를 보이자 이번에는 김, 배추, 카카오, 설탕 등의 가격이 치솟고 있다. 심상치 않은 국제유가로 국내 기름값도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29일 관계 부처와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농수산물의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다만 사과 가격은 안정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수출량이 늘어 국내 공급이 줄어든 마른김 가격도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마른김(중품) 10장 평균 소매가격은 1304원을 기록했다. 전통시장 가격은 1193원, 유통업체 가격은 1513원이다. 마른김 10장 평균 소매가격은 1년 전(1012원)과 비교하면 29% 올랐으며, 1개월 전(1167원)보다도 12% 상승했다.
김 한 장에 130원 돌파 29일 서울 동대문구 동서시장 가판대에 판매용 김이 진열되어 있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마른김(중품) 10장의 평균 소매가격은 1304원으로 김 한 장에 130원을 돌파했다. 마른김 10장 평균 소매가격은 1년 전(1012원)보다 29%, 1개월 전(1167원)보다 12%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는 10월까지 마른김(기본관세 20%)과 조미김(기본관세 8%)에 무관세를 적용해 김 가루 등의 수요를 일부 대체할 계획이다. 뉴시스 |
먹거리 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와중에 국제유가까지 불안한 기류를 보인다. 이란·이스라엘 간 무력충돌로 ‘오일 쇼크’ 공포가 잠재된 상태다. 아직은 국제유가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지는 않지만, 업계에서는 최악을 가정하면 배럴당 14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수입물가는 물론이고 국내 물가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지난 25일 기준 배럴당 평균 89.23달러를 기록해 지난달(84.18달러) 대비 5.05달러(약 5.7%) 올랐다. 다만 지난주 국제유가는 중동 확전 우려 감소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전망 등의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상승세를 보인다. 4월 넷째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직전 주 대비 ℓ당 13.3원 오른 1708.4원을 기록했다. 이날 평균 가격도 1712원으로 소폭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변동은 통상 2주가량 지나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정부는 당초 3월이 지나면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월에 연간 물가의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물가 흐름대로라면 당분간 2%대 진입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통제가 어려운 변수로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농산물 가격도 기후위기에 따른 작황 부진에다 일조량 감소 등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이 원인으로 작용했고, 국제유가도 중동 리스크로 인한 상승인 탓이다.
한국은행도 물가상승률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등 변동성 큰 품목 제외) 상승률은 당초 예상대로 완만하게 둔화하고 있는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 흐름이 주춤한 모습”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농산물 가격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정부 예상보다 고물가 상황이 더욱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로 잡은 2.6%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다”며 “중동발 리스크가 물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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