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새는 빛을 퍼트린다 — 고 홍세화 선생님께 [왜냐면]
한겨레 2024. 4. 29. 19:10
김용아 | 시인
4월은 그냥 지나가지 않네요
늦은 귀가 시간
우편함에 꽂힌 신문에서 본
선생님의 마지막 인사,
낯설고 두려웠습니다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린
노란 생강나무꽃 이미 져버렸고
아직은 차가운 바람
봄의 첫 글자가 아니라면
차라리 한 잎도 기억되지 말기를,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선생님의 말처럼
먼지를 맞고 선 명자나무꽃은
저 붉은 속 다 드러낸 채
손을 내미네요
그래도 선생님의 마지막을 돌아가며 지킨
이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위로가 되었어요
그건 선생님의 모습이기도 했지요
서로를 향한 낮은 연대
가장자리 노랗게 밝히는 꽃다지처럼
수줍게 웃으시던 선생님
따듯한 그 기억들
꽃잎 되어 날리네요
너무 많은 것들을 앞세워버린 이 계절
잎도 없이 꽃 먼저 져버리는 이 4월
놓쳐버린 것을 또 놓아버린 이 저물녘
어둠 속 날아오른 새
흰 빛으로 타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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