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李 영수회담] 135분 평행선… 尹 "여야 협의체 가동" 李 "국회 활용"
사실상 김여사 특검법 요구
국정기조 전환 민의수용 압박
尹 "앞으로 종종 만나자"
이태원 특별법 수정 제안
"지금 어려운 분 지원 바람직"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9일 영수회담은 현안을 둘러싼 평행선의 연속이었다. 135분간 입장차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두 사람은 의대 증원 필요성에 공감하고 앞으로 계속 만남을 이어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일단 대화의 물꼬만 텃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대부분 현안에 대해 이견을 보여 '맹탕회담'으로 끝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각종 특검법에 대한 강행 기조는 유지할 태세다. 향후 정국도 평행선을 달릴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대부분 현안에 이견=대화는 이 대표가 제시한 의제에 윤 대통령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두 사람은 대다수 현안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 특히 이 대표가 역점을 두고 있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두고는 윤 대통령은 우선 편성된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예산 집행을 고수했다.
연구개발(R&D)예산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이견을 보였다. 이 대표는 추경을 통해 예산 복원을 제안한 반면, 윤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에 증액을 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여야 간 첨예한 입장차가 있는 이태원특별법도 쟁점이었다. 이 대표는 21대 국회에서 이태원특별법을 통과시켜 유가족들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강변해지만, 윤 대통령은 독소조항을 이유로 들며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성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사실상 거부로 볼 수 있다"면서 "다만 여야 간 필요하다고 하면 이태원 특별법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라고 하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여야정 협의체에 관한 대화에서도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여야정 민생 협의체라는 제안을 윤 대통령이 했는데, 이 대표는 민생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대통령께서 민생회복긴급조치에 대해 직접 결단해줘야겠다는 주문을 재차했지만, 대통령은 그 입장을 고수했다"며 "민생협의체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진행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경청'도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회담 시간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진 이유에 대해 "이 대표가 15분 모두발언을 하고 그 이후 (비공개) 회담은 대표께서 화두를 꺼내면 윤 대통령이 답변하는 형식이었다"며 "윤 대통령의 답변이 상당히 길었다. 몇 가지 주제를 이야기하다가 시간이 상당히 지났는데, 천준호 비서실장이 시간 계산을 해보니 85:15 정도 됐던 것 같다. 모두발언 이후에는 윤 대통령이 많은 말씀을 하셨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다만 양측은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박 대변인은 "성과라고 한다면 의료 개혁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 모두 '소통 물꼬' 평가=박 대변인은 총평을 통해 '실망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변인은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 기조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보였다"고 했다.
다만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고, 앞으로 소통은 이어가기로 했다. (회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제가 대표님께 오늘 영수회담에 대한 소회를 말씀을 듣고 싶어서 어떠시냐고 했더니,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되겠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며 "향후 대한민국이 이번 총선에서 일방적 독주와 관련된 부분을 심판받았는데, 회담 내에서는 (국정 기조 전환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실망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정국 평행선 지속 전망=의료개혁 이외에 각종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에 정국이 평행선을 달릴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진 정책위의장은 "각종 현안법을 5월 임시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기조는 유지된다"고 밝혔다. 현재 민주당은 21대 국회 내에서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을 비롯해 각종 특검법에 대한 강행 처리를 예고한 상태다.
다만 이같이 정국을 경색시키지 않으려면 대화를 이어나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역대 영수회담도 대화가 지속되지 않을 경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회담이 성과를 낸 사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의 회담, 이명박 전 대통령-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회담 등 두 가지 사례만 꼽힌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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