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쫓아내려는 일본에 한국 "필요하면 일본과 소통"…원론적 입장만
일본 정부가 네이버의 글로벌 메신저 서비스 '라인'의 경영권을 사실상 일본 회사 측에 넘기라고 압박을 가하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외교부는 한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조치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29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의 중간 지주회사인 네이버의 지분을 정리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데 대해 "일단 제일 중요한 건 회사 당사자인 네이버의 입장 확인"이라며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 있으면 안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문제를 두고 일본 측과 소통하지 않냐는 질문에 "필요하면 일본 측과 소통할 예정"이라며 "전체적으로 경제 관련 일반적 사안에 대해 양국 간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11월 라인에 대한 해킹으로 인해 약 51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이에 대한 책임이 한국 네이버 클라우드 측에 있으니 문제 해결을 위해 지배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무성은 해당 업체인 라인야후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와 관련 일본 <교도통신>은 23일 일본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의 중간 지주회사 지분을 네이버로부터 사들이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절반씩 출자해 지주회사 A홀딩스를 만들었고 이 회사가 라인야후의 지분 64.5%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해킹을 이유로 한 국가의 정부가 민간기업을 향해 지분 변경을 지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행정지도가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한국과 마찬가지로 민간 경제에 정부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되는 일본 사회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지배 구조 변화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이 그동안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회사의 지분을 정리하라는 요구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을 보더라도 라인에서 네이버를 분리시키기 위해 정보 유출을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일본의 통신 사업자 중 하나인 NTT니시일본에서 982만 건의 사용자 정보가 유출된 사건이 있었다. 2013년부터 10년 간 회사 시스템의 위탁 업체이자 그룹 관계사에 소속된 파견 사원이 개인 정보를 외부에 넘겼던 사안이었다.
이 사건에 대해 당시 일본 검찰은 파견 사원을 기소했고 총무성은 지난 2월 재발 방지를 마련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두 달 동안 51만 건이 유출됐던 네이버에 지분 정리를 압박한 것과 비교해보면 매우 차이가 나는 조치다.
일본 정부 또 지난 2021년 약 42만 명의 페이스북 이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안에 대해 해당 기업인 메타에 지배구조를 문제 삼지 않았었다.
이렇듯 다른 사례와 비교했을 때 일본 정부가 사실상 네이버의 퇴출을 의도하고 이번 행정지도를 내렸다는 정황이 커지고있는 만큼, 정부가 사실 관계 확인이나 원론적 입장 표명에 그칠 것이 아닌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당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5일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게 행정지도로 지분매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과도한 조치"라며 "이번 사태가 외교 문제 등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한일 양국이 여러 채널을 통해 원만한 마무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일본 내에서도 이 사안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28일 일본 공영방송 NHK는 "한국의 보수 유력지인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민간기업 간 계약에 따라 성립한 동업관계를 정부가 깨려는 것은 반시장적 행위로 한일투자협정 위반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일본 정부는 부당한 압력을 중지해야 한다고 하는 등 한국 내에서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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