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李,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그러나…대화가 시작됐다
올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K팝 그룹의 데뷔곡처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웠다. 이 대표는 A4 용지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부터 재생에너지 전환, 외교정책까지 각종 요구사항을 써와 윤 대통령의 면전에서 쏟아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약 720일 만에 이뤄진 29일 영수회담은 예상됐던 1시간을 훌쩍 넘겨 135분간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합의는 나오지 않았다.
즉각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에서는 '알맹이 없다'는 식의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여야 협치, 소통이 시작됐다는 의미가 무엇보다 크다. 이 대표의 날 선 모두발언이 계속되는 동안 윤 대통령은 다섯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범죄 혐의자와 마주 앉아 협상할 수 없다는 기존 태도에서는 완전히 달라졌다.
물론 이견은 또렷이 확인됐다. 이 대표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전 국민 25만원 재난지원금 지급은 윤 대통령이 안 되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약 13조원의 재원이 투입될 현금 살포가 물가를 자극할 수 있고 재정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형편이 어려운 사람한테 선별적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특별법 또한 취지에는 공감했으나 민간조사위원회에서 영장청구권을 갖는 등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을 지적했다.
비공개 회담에 앞서 공개된 모두발언에서는 긴장감도 감돌았다. 이 대표는 '채상병 특검' 수용 등 민감한 사안을 거침없이 요구했고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고까지 말했다. 사실상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필요성 등을 거론한 셈이다.
다만 이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 이태원 특별법 이외에는 거부권(재의요구권)이나 특검 관련 사안을 추가로 언급하지는 않아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 만남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갖는 상징성이 적지 않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이날 회담에서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의대 증원을 비롯한 윤석열 정부 의료개혁 정책에 이 대표가 공감을 나타내고 협력 의사를 밝힌 점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표는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연금개혁 역시 이 대표가 적극적 의지를 보였고 윤 대통령은 "정부가 국회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하고 많은 데이터를 이미 제출했다"며 제22대 국회에서 지속적인 추진 의사를 확인했다.
이날 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독대'는 없었다. 독대에서 어떤 말이 오고 갔느냐를 두고 수많은 억측과 해석이 난무할 수 있는 만큼 아직 신뢰가 쌓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만남이 지속되면 자연스레 독대도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날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등은 어떤 형식이든 구애받지 말고 만나자며 독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편 관심을 모았던 국무총리 인선 등 인사 관련 논의는 없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취임 2년 차에 민정수석을 부활한 점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하다 보니까 민심 정보, 정책이 현장에서 이뤄질 때 어떤 문제점과 개선점이 있을지 정보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거 같다"며 "김대중 정부에서도 민정수석을 없앴다가 나중에 2년 뒤에 다시 만들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조금 이해 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 실시될 대통령실 조직개편에서 민정수석을 부활할 계획인데 이점을 미리 야당에 알리면서 일종의 이해를 구한 것으로 보인다. 사정기관 장악이 아닌 민심 파악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국정운영의 파트너로서 야당을 인정하는 자세로 해석될 수 있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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