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과학축제, 한국과 에든버러의 차이점
연초록의 녹음이 하루가 다르게 짙음을 더해 봄의 싱그러움으로 점점 가득해지는 '신록의 계절'이다. 3월의 비와 4월의 바람이 빚어낸 막바지 봄꽃인 철쭉과 영산홍이 만개하고, 초여름을 알리는 이팝나무가 서둘러 꽃을 피운 주말 내내 전국은 각종 축제와 행사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그 중에서도 4월 과학의 달이자 과학의 날(4월 21일)을 맞아 과학도시인 대전시에서는 '2024 대한민국 과학축제'가 성황리에 진행됐다. 지난 25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8일까지 나흘간 대전 엑스포시민광장과 대전 엑스포과학원 일대에 '세상에서 가장 큰 연구실'을 주제로 열렸다.
지난해와 달리 최신 과학기술 연구성과를 전시하는 '대한민국 과학기술 대전'과 함께 진행돼 과학기술을 매개로 한 풍성한 볼거리와 놀거리, 즐길거리 등을 미래의 과학 꿈나무들에게 제공했다. 세부 프로그램만 420여개에 달했고, 인근 도심에서는 과학축제와 연계한 다채로운 행사가 열려그야말로 '과학기술의 향연'을 방불케 했다.
이렇듯 4월 한국에 '대한민국 과학기술 축제'가 있다면, 같은 달 영국 스코틀랜드에는 '에든버러 국제 과학축제'가 있어 여러 모로 비교가 된다. 에든버러 과학축제는 1989년부터 시작돼 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다. 반면, 대한민국 과학축제의 역사는 1997년 서울에서 열린 '대한민국 과학창의축전'이 모태가 돼 30년이 조금 안 된다.
50만 인구의 작은 도시인 에든버러는 매년 4월 초부터 2주 동안 도시 전역이 온통 과학실험실이자 과학놀이터로 바뀐다. 우선, 대한민국 과학축제는 주말을 포함해 3∼4일 열려 행사 기간에서 에든버러 축제와 차이가 있다. 그만큼 우리보다 보여줄 콘텐츠가 더 풍성하고 다양하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에든버러는 스코틀랜드를 넘어 세계적인 과학축제로 어떻게 발돋움했을까. 에든버러 과학축제가 지향하는 철학과 비전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모두를 위한 과학축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에든버러 과학축제는 6개월에 걸친 철저한 사전 기획과 준비, 그리고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 등 외부 협업으로 시작된다.
이를 통해 특정 연령, 성별, 계층이 아닌 남녀노소 모두 더 많은 사람들이 과학에 참여해 과학을 통해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보다 공정하고, 폭넓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리터러시 사회'를 구축하고자 한다. 과학에 관심없는 사람들이라도 에든버러 과학축제를 통해 과학으로부터 소외받지 않고, 평등하게 과학을 느끼게 하겠다는 그들의 담대한 구상과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를 위해 에든버러 과학축제는 직접 참여해 오감을 통해 과학을 느끼는 체험 중심과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우리처럼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첨단 과학체험 전시물이 아닌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아주 소소한 재료들로 체험물을 제작해 과학이 우리 삶과 결코 멀리 있지 않음을 느끼게 해 준다. 테마도 함께 해 보자는 의미를 담아 '실험을 하자(2023년)', '미래를 설계하자(2024년)'으로 정해졌다.
무엇보다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 과학자부터 연극배우, 대학생 등 과학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과학커뮤니케이터로 참여해 과학에 보다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특히 이들은 우리와 달리 과학적 지식과 원리를 전달하기 보다는 관람객들이 체험을 통해 스스로 과학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도록 몰입감 높은 표정과 제스처, 일상과 연계한 상식 수준의 설명을 정성스럽게 제공한다.
에든버러 과학축제의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관람객)은 우리들(과학커뮤니케이터)에 한 말은 잊어버릴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가 한 일을 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느끼게 했는지에 대해선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아쉽게도 '대한민국 과학축제'를 포함한 우리나라 과학기술 체험 행사에는 이런 것들이 부족해 보인다. 이것이 차이점이다.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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