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죽거나 혹은 휴직하거나"... 공무원 악성민원 피할 길은 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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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수많은 동료를 잃고 슬퍼하던 우리들, 이제야 한자리에 모여 애도합니다."
지방자치단체, 국회, 법원, 소방서 등 전국 곳곳에서 모인 공무원 1,300명(주최 측 추산)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쌓인 울분을 토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지난해 8월 공무원 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7,061명)의 무려 84%(5,933명)가 '최근 5년 사이 악성 민원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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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 동료 죽음... 남 일 아냐"
"친절평가 폐지, 심리치료 지원해야"
“그간 수많은 동료를 잃고 슬퍼하던 우리들, 이제야 한자리에 모여 애도합니다.”
햇살이 따갑게 내리꽂히던 29일 오후 2시, 새까만 옷을 입은 수천 명이 서울지하철 시청역 일대 도로 한복판을 가득 채웠다. 흰색 장갑을 낀 채 연신 땀을 닦아내는 이들의 품에는 먼저 떠난 동료들의 영정사진이 들려 있었다.
대한민국공무원노조총연맹과 전국공무원노조가 주최한 집회에 참가한 공무원들이었다. 지방자치단체, 국회, 법원, 소방서 등 전국 곳곳에서 모인 공무원 1,300명(주최 측 추산)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쌓인 울분을 토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지난달 5일 악성 민원인에 의해 신상이 공개돼, 이른바 ‘좌표 찍기’의 표적이 된 김포시 9급 공무원 A(39)씨의 죽음이 도화선이 됐다. 도로 보수 공사 담당 주무관이었던 A씨는 항의성 민원에 괴로워하다 실명, 부서, 유선 번호 등이 온라인에 까발려지면서 더 끔찍한 고초를 겪어야 했다. A씨 뿐이 아니다. 최근 한 달 새 경남 양산시청, 충북 괴산군청, 경기 남양주시청, 양주시청에서 공직에 발을 들인 지 3개월에서 3년밖에 안 된 청년 공무원 4명이 비슷한 이유로 숨졌다고 한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공무원들에게 이들의 죽음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연단에 선 유해길 공무원노조 거제시지부장은 “저도 김포시 동료처럼 도로과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해 집 앞 배수로가 넘쳤는데 올해도 넘치면 죽이러 찾아오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에겐 죽거나, 휴직하거나, 면직하거나, 이 방법밖에 없느냐”고 소리쳤다.
경북 의성군청에서 일하는 50대 김민성씨는 “개발 인허가와 관련해 민원인이 매일 같은 시간에 찾아와 난동을 부려 그 시간만 되면 가슴이 벌렁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직원도 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윗선은 나서 주지 않고, 경찰에 신고해도 폭행이 아니라 공무집행 방해로 보긴 어렵다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25년 차 소방관 고진영(54)씨도 “한밤중 화재 진압이 방해된다며 소방차, 소방관의 사진을 찍은 주민으로부터 ‘가만 안 두겠다’는 위협을 당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8월 공무원 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7,061명)의 무려 84%(5,933명)가 ‘최근 5년 사이 악성 민원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서로 고통을 나눈 공무원들은 “악성 민원은 범죄”라고 외치며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3㎞를 행진했다. 노조는 △반복·중복 민원 처리 간소화 △전화 친절도 조사와 친절평가제도 폐지 △공무원 개인신상 보호 및 악성 민원 피해공무원 심리치료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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