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尹·李회담, 소통만 있고 합의없었다
135분간 소통으로 협치 첫 발
의대증원 공감 계속 만나기로
尹, 25만원 민생지원금 부정적
윤석열 정부 출범 722일만에 성사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합의문' 없는 빈손으로 끝났다. 하지만 135분간의 소통을 통해 협치의 첫발을 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2시간15분 간 차담회 형식의 회담을 열어 의대 증원 필요성에 공감하고 앞으로 계속 만남을 이어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그 외 대부분 현안들에 대해서는 양측이 이견을 보인 것을 전해졌다.
회담에 배석한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총론적·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 한 부분은 있었다"면서 "의료 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는 의료 개혁이 시급한 과제이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고 민주당도 협력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민생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정책적 현안이라는 데도 인식을 같이했다"면서도 "다만 민생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야당 간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협의를 위해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이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 들어가기 전 미리 준비한 A4 10장 분량의 모두발언을 통해 전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비롯해 △R&D(연구개발) 예산 복원 △전세사기특별법 등 민생법안 처리 △국회 공론화특별위원회에서 의료개혁 방안 논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 가족 의혹 해소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수급 체계 개편 △한반도 평화 위한 대화·협력 노력 △대일관계 적극 대응 등을 주문했다. 이중 의대 입학정원 증원 등 의료개혁 방향과 연금개혁 방향 등에는 윤 대통령 기조에 호응하면서 민주당이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오다보니까 한 20분정도 걸리는데 실제 여기 오는데 한 700일이 걸렸다"면서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해 주면 좋겠다. 자주 불러달라"고 지속가능한 소통을 요청했다. 아울러 "이번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이 잘못된 국정을 바로잡으라는 준엄한 명령이라 생각한다"며 "국정의 방향타를 돌릴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국민들의 말씀에 귀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 2년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모범적인 민주국가로 평가받던 대한민국에 대해서 스웨덴 연구기관이 독재화가 진행중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소위 말 폭탄이 진짜 폭탄되는 거 아닌가 걱정도 많다"고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회담은 주로 윤 대통령이 이 대표가 제시한 의제에 대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특히 이 대표가 요구한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물가, 금리, 재정 상황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금은 어려운 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답변했다고 이 수석이 전했다.
이 수석은 이날 회담 이후 가진 브리핑에서 "소상공인 지원과 서민 금융 확대는 우리 정부가 큰 규모로 지원을 하고 있고 민주당이 제기한 부분은 추가지원을 요청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을 먼저 시행하고 필요할 경우 야당이 제기한 부분들은 여야가 협의를 하면서 시행 여부를 논의하자는 취지로 대화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소통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조금 엇갈렸다. 윤 대통령은 민생협의를 논의할 여야정 협의체 등을 운영하자고 제안했으나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
국무총리 인선을 비롯한 인사 관련 대화는 없었으나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 민정수석실 역할을 할 법률수석실 신설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서 직접 속내를 털어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하다 보니 정책이 현장에서 이뤄질 때 어떤 문제점과 개선점이 있을지 정보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에서도 민정수석실을 없앴다가 2년 뒤 다시 만들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조금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회담과 관련해 '깊고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총론적·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 한 부분이 있었다'고 협치와 소통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당 측도 '큰 변화가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했으나 '소통의 필요성에 서로 공감했고 앞으로 소통은 이어가기로 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답답하고 아쉬웠다"며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두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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