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李, 독대 없는 135분 회담…대통령실 "협치 첫 발걸음" 평가
尹, 채 상병·김건희 특검법 언급 안 해…공동 합의문 없어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2시간 15분간 첫 양자회담을 갖고 민생 경제와 국정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대통령실은 "야당과의 소통, 협치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담 결과를 밝혔다.
이 수석은 "차담회는 약 2시간 15분동안 진행됐다"며 "민생경제와 의료 개혁을 중심으로 다양한 현안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회담에서 합의에 이른 의제가 없어 별도의 합의문은 마련하지 못했다. 양측은 의료개혁과 소통, 민생 현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 수석은 "전체적으로 볼 때 윤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또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 한 부분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첫째,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이 대표는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이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또 여당의 지도 체제가 들어서면 삼자 회동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형식이든 계속해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민생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 정책적 현안이라는 데도 인식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다만 민생 회복 방안에 대해선 대통령실과 야당 간 정책적 입장 차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특히 민주당이 강하게 요구하는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윤 대통령은 "물가, 금리, 재정 상황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금 상황에서는 어려운 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상공인 지원 방안, 서민 금융 확대 방안, 전세 사기 특별법 피해자 지원 방안 등을 설명했다. 이 수석은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을 먼저 시행하고 필요할 경우에 야당이 제기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여야가 협의를 하면서 시행 여부를 논의하자는 취지로 논의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연금개혁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가 "국회 공론화위원회에서 방향을 정해야 하는데 정부의 방향을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요청한 데 대해, 윤 대통령은 "정부가 국회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하고 많은 데이터를 이미 제출했다"고 답했다. 이 수석은 "연금개혁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계속 양측간의 협의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윤 대통령은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며 "다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에서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회담을 마친 후 이 대표는 "초청해 주시고 여러 가지로 배려해 주신 데 대해서 감사하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자주 보자"고 화답했다.
이날 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차기 국무총리 인선 관련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 등 이 대표에 협조를 요청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사 얘기는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대통령실에 민정 기능을 하는 조직 신설의 필요성에 대해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하다 보니 정책이 현장에서 이뤄질 때 어떤 문제점과 개선점이 있을지 정보가 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김대정 정부에서도 민정수석실을 없앴다가 2년 뒤 다시 만들었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조금 이해가는 부분이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회담에서는 채 상병 특검법과 대통령 가족 등 주변인사 의혹 해소, 외교 및 에너지정책 기조 전환 등에 대한 논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대표는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채 상병 특검법 적극 수용 등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양자회담 정례화 합의도 도출되지 못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례적이라는 건 날짜가 정해져 매월 몇째주가 될 텐데 그런 식으로까지 논의는 없었다"며 "만나자고 했으니 필요할 때 또 협의를 통해서 만남을 추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회담에 대해 "협치의 첫 발걸음"이라고 총평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 회동은 무엇보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2시간 15분 동안 민생문제와 국정 현안 논의했다는 데 가장 중요한 의미 둘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의 복원, 여야 협치 시동 등이 지난 총선을 통해 확인된 민심이라고 볼 수 있고, 오늘 회동은 그 민심에 순응하는 과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회담으로 야당과의 소통, 협치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한다"며 "향후 정치적 상황을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소통과 협치가 계속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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