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만나 빈손으로 헤어졌다…‘합의문’ 못 낸 회담, 尹-李 무엇 얻었나

구민주 기자 2024. 4. 2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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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차’ 재확인한 첫 영수회담…독대 없고 브리핑도 각각
대통령실 “허심탄회 대화” 민주 “변화 못 찾아”
尹 ‘소통’ 물꼬 트고 李 ‘범야권 리더십’ 얻어…협치 ‘실익’ 글쎄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미리 준비해 온 메시지를 품에서 꺼낸 뒤 윤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나 135분 간 첫 영수회담을 가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2년, 약 720일 만에 첫 단독 회담이다. 윤석열 정부 남은 3년 협치의 '분수령'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독대나 공동 합의문 없이 마무리되면서 정치권에선 아쉽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한 후 곧이어 대통령 집무실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를 맞으며 반갑게 악수했다. 이날 회담엔 대통령실 측 정진석 비서실장·홍철호 정무수석·이도운 홍보수석, 민주당 측 진성준 정책위의장·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박성준 수석대변인 등이 함께 자리했다.

회담은 이 대표가 18분에 걸쳐 A4 10장 분량의 '작심' 모두발언을 쏟아내며 포문을 열었다. 약 여덟 번의 요청 끝에 성사된 영수회담인 만큼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쌓아둔 요구사항들을 나열했다. 이 대표의 발언을 듣던 윤 대통령은 몇 차례 고개를 끄덕였지만 대부분 굳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우선 이 대표는 자신이 주도해 온 '전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며 본격적인 회담 의제를 띄웠다. 그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라며 적극 검토를 촉구했다.

이어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총선의 민의를 존중해 달라"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 유감 표명과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부권 행사'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표는 또한 "159명의 국민이 영문도 모르고 죽어갔던 이태원 참사와 채 해병 순직 사건 진상을 밝혀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채 해병 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수용해 달라"고도 요구했다.

회담에서 거론될지 여부가 주목됐던 김건희 여사에 대해 이 대표는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며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시사저널 양선영

'의료개혁'만 공감대 형성…'실익' 없이 끝난 회담

차담 형식의 회담은 당초 1시간가량 예정됐지만, 의제와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길어져 약 2시간15분 만인 오후 4시14분에 종료됐다. 이 대표가 공개 모두발언을 주도했다면, 비공개로 전환된 이후엔 윤 대통령의 발언 비중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둘 사이 독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일각에서 기대했던 양측의 '공동 합의문'도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회담 결과에 대해 대통령실과 국회에서 각각 브리핑을 했다. 브리핑에선 이날 회담 평가에 대한 양 측의 온도차가 확연히 감지됐다.

이도운 대통령실은 홍보수석은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으나 민생문제에 대해 깊고 솔직하게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평가했다. 이어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도 밝혔다.

다만 그 밖의 대부분 의제에 대해선 입장차를 확인했다. 이 수석은 '전국민 25만원' 의제에 대해 "대통령께선 지금 상황에선 어려운 분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했다. '이태원 특별법'과 관련해서도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에 대한 지원에 공감한다"면서도 "국회 제출 법안의 법리적 문제를 해소하고 다시 논의하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이 수석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 종종 만나기로 했다"면서도 회담의 '정례화' 여부에 대해선 확답을 하지 않았다. 채 상병 특검법과 김 여사 관련 문제에 대해선 비공개 회동에서 추가적인 대화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날 회담에 대한 짙은 아쉬움과 답답함을 드러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보였다"고 일침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이태원특별법과 관련해 '법리적 문제'를 언급한 데 대해서도 사실상 거부 입장을 보인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 서로 공감했고 앞으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도 회담에 대해 "답답하고 아쉬웠다"는 소회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尹 '소통' 李 '리더십' 얻었지만…"정쟁 이어질 것"

정부와 야당 간의 입장 차만 고스란히 확인한 회담이었음에도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각각 '얻은 것'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체적인 의제와 관련한 '실익'은 없었지만 둘의 정치적 입지나 이미지에 있어 플러스 요인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취임 후 가장 오랜 기간 '제1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은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벗고 어느 정도 '소통'의 의지를 보였다는 데서 성과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국정 지지도 부정평가 이유로 '독선' '불통'이 꾸준히 꼽혀온 만큼, 대통령실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내심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는 눈치다.

이 대표의 경우 그동안 범야권에서 제시해 온 대부분의 의제를 윤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함으로써 192석 범야권 내 '대표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또한 대통령과 마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로 다시금 굳힌 모양새다.

하지만 회담 이후에도 양측 간 치열한 정쟁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결국 대통령실과 야당 모두 각자 손익에 맞게 '아전인수식'으로 이날 회담에 대해 평가할 것"이라며 "서로에 대한 기대감 없이 서로가 몰락하길 바라는 심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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