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임금 25만원 [똑똑!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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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이 지난 총선의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회연대임금제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스웨덴의 사회연대임금제가 실패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설사 사회연대임금제가 도입된다 해도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는 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집중화된 교섭 구조도, 강력한 총연맹도,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진보정당도 없는 현실에서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은 시도 가능한 유일한 사회연대임금의 기능적 대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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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희 |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조국혁신당이 지난 총선의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회연대임금제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21세기 한국은 20세기 스웨덴이 아니다. 당시 스웨덴은 90% 안팎의 노동자가 산별노조에 가입해 있었고, 40년 넘게 집권한 사회민주당과 한몸이나 다름없는 강력하고 단일한 노동조합총연맹(LO, 노총)이 직접 중앙교섭에 참여했다. 노총은 기업의 이윤 규모와 상관없이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원칙을 유지했는데, 이로 인해 일부 소규모 기업은 임금 부담을 이겨내지 못해 도산했고 임금 비용을 줄인 대규모 기업의 이윤율은 더욱 높아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총은 1951년, 임금인상 자제에 대한 대가로 완전고용을 요구한 렌-마이드너 모델을 제안하게 된다. 이에 따라 스웨덴 정부는 대기업의 초과 이윤을 조세로 회수해 도산한 기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를 훈련하고 재배치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폈다. 노총과 같은 총연맹 없이 어떻게 임금 자제에 대한 대기업 노조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가? 산별교섭 없이 어떻게 대기업의 초과 이윤을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인상으로 바꾸는 마술을 부릴 것인가? 무엇보다도, 도대체 왜 임금 자제로 얻은 이윤을 중소기업과 나눠도 전혀 손해가 없는 대기업의 세금은 깎아주는가?
스웨덴의 사회연대임금제가 실패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경쟁력이 낮은 기업이 도산하면서 스웨덴 경제의 합리화와 구조조정이 가속화되었고, 전 산업에서 기술 수준, 성별, 연령 등에 따른 임금 격차가 현저히 축소되었다. 이 제도는 1980년대부터 유럽 통합으로 인한 구조적 압력과 유연 생산 방식으로의 변화로 서서히 약화되었을 뿐이다. 스웨덴뿐 아니라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완전고용에 대한 전후 타협이 깨진 것은 통화주의의 부상과 관련이 있다. 인플레이션을 막는 것이 완전고용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고 정부의 재정지출은 무조건 비효율적이라 간주되었다.
거의 종교화된 반인플레이션에 대한 신념에도 불구하고, 통화주의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그 어떤 정권보다 이에 충실했던 윤석열 정권에서 왜 이렇게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약간의 인플레이션은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이 유발할 수 있는 승수효과가 바로 그것이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기업소득보다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파르게 감소해왔다. 2014년 국내총생산 대비 64.3%였던 가계소득은 2022년에는 59.8%까지 떨어졌다.
설사 사회연대임금제가 도입된다 해도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는 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도 마찬가지다. 집중화된 교섭 구조도, 강력한 총연맹도,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진보정당도 없는 현실에서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은 시도 가능한 유일한 사회연대임금의 기능적 대체재다. 전 국민에게 같은 지원금을 주어도 소득이 적을수록 실질적 혜택이 커진다. 우리는 세전소득과 세후소득의 지니계수가 거의 차이 나지 않는, 조세의 소득 형평성 개선 효과가 최하위권의 국가다. 앞문으로 사회연대임금을 초대할 수 없다면 뒷문으로라도 해야 한다.
2년 전, 연구과제로 만난 한 청년 배달플랫폼 노동자가 있었다. “그걸로(청년수당) 휴대폰비 내고, 밥 먹고, 그러니까 너무 행복한 거예요. (그럼 기본소득은 어때요?) 그거는 무의미해요. 젊은 애들이 일을 안 하려 하니까 오히려 역효과가 나요. (청년수당 받아서 좋았다고?) 너무 행복했는데, 그래서 더 받고 싶은데, 의존하게 돼서, 그래도 좋았어요. 너무 행복했어요.” 청년수당은 아마도 그의 20년 조금 넘는 짧은 인생에서 대가 없이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받은 호의이자 선물이었겠지만, 거친 사회는 그에게 그걸 계속 바라면 안 된다고 호명한다. 국가로부터의 도움을 상상할 수 없는 그는 만일의 불행한 사태에 대비해 신용카드 한도를 끝까지 올려놓았다. “누가 아프거나 하면 36개월 할부로 끊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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