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신임 축구 A대표팀 사령탑에 '황희찬 스승' 제시 마치 전 리즈 감독 '유력'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위기의 한국축구를 구할 새로운 사령탑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황희찬 스승' 제시 마치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51)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축구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영국에서 정해성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과 면접을 마친 마치 감독이 현재 대한축구협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현재 최종 후보로 3명을 추린 상황이다. 마치 감독이 1순위다. 전력강화위가 30일 최종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회의 후 협상까지 조속히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마치 감독의 부임이 확정될 경우, 사상 첫 미국 출신 A대표팀 감독이 된다.
한국축구는 격랑에 빠졌다. 역대 최강의 멤버를 앞세워 63년만의 카타르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했지만, 4강에서 요르단에 충격패를 당하며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4강전을 앞두고 '한국축구의 두 에이스' 손흥민(32·토트넘)-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의 충돌, 이른바 '탁구게이트'까지 터졌다. 여론은 험악해졌고, 결국 '외유 논란', '레전드 놀이', 'K리그 외면' 등 숱한 논란의 중심에 있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1년도 되지 않아 전격 경질됐다.
대한축구협회는 곧바로 새 감독 찾기에 나섰다. 정해성 협회 대회위원장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정 위원장은 "거수기는 하지 않겠다"며 전술, 육성, 소통 등 새로운 감독의 8가지 기준을 공개했다. 4월에는 제 5차 전력강화위 회의를 통해 11명의 '최종 후보'가 추려졌다. 국내 지도자는 4명, 외국인은 7명이었다. 정 위원장은 "외국인 지도자와 우선 면담 후 국내 지도자와 접촉할 예정이다. 최대한 5월초, 중순까지는 감독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1차적으로 비대면을 통해 외국인 감독 후보군과 접촉했다. 이를 통해 추려진 후보군을 만나기 위해 직접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정 위원장은 영국에서 4명의 후보와 만났다. 그 중 한명이 마치 감독이었다.
마치 감독은 국내 팬들에게 '황희찬 스승'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역 시절 수비수로 미국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던 마치 감독은 은퇴 후 곧바로 은사였던 봅 브래들리 당시 미국 대표팀 감독의 제안을 받고 2년간 미국 대표팀 수석 코치로 일했다. 브래들리 감독 경질과 함께 미국 대표팀에서 내려온 마치 감독은 이후 메이저리그사커(MLS)의 몬트리올 임팩트의 지휘봉을 잡으며 본격적인 감독 커리어를 펼쳤다. 마치 감독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5년이었다. 뉴욕 레드불스에 부임한 마치 감독은 화끈한 공격축구로 뉴욕의 전성시대를 이끌었고, 그해 MLS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마치 감독의 능력을 눈여겨 보던 독일 분데스리가의 라이프치히가 랄프 랑닉 감독의 '오른팔'로 마치 감독을 영입했다. 뉴욕 레드불스와 라이프치히는 모두 레드불을 모기업으로 한다.
마치 감독은 독특한 훈련법과 탁월한 분석 능력으로 인정을 받았다. 2019년 여름 레드불이 소유한 또 다른 구단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러브콜을 받아 유럽 무대에서 흔치 않은 미국인 감독이 됐다. 마치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매력적인 축구를 구사하며, 두 시즌 연속 더블을 달성했다. 당시 중심에 있던 선수가 황희찬이었다. 마치 감독은 2021년 4월 라이프치히의 지휘봉을 잡으며 빅리그에 입성했다. 라이프치히에서 아내의 유방암 투병 등 외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마치 감독은 이렇다할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한채 8개월만에 경질됐다.
야인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3개월만에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의 후임으로 당시 EPL 리즈 지휘봉을 잡았다. 마치 감독은 빠르게 팀을 바꾸며, 강등 위기의 리즈를 구해냈다. 이후 부침 있는 모습을 보이던 마치 감독은 2023년 2월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마치 감독은 최근 재기를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캐나다, 그리스 대표팀과 연결되던 마치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의 제안에 마음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은 공격축구의 신봉자인 마치 감독의 전술과 철학에 높은 점수를 줬고, 마치 감독 역시 한국행을 갈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위원장은 유럽을 거쳐, U-23 아시안컵이 펼쳐지는 카타르를 경유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상황이 요동쳤다. 국내파 중 유력 후보로 분류됐던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이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또 다른 유력후보 홍명보 감독은 울산 HD에 전념하겠다며 면담을 거절했다. 결국 외국인 감독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마치 감독으로 낙점되는 분위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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