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신입직원 5년내 퇴사 31.6%… 근무환경 개선요구 거세
건물 노후화, 관리·보안 어려워 직원들 80% 이전 찬성
소진공 이전 논란 살펴보니
대전시 원도심에 위치한 소상공인상인진흥공단(이하 소진공)의 이전을 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소진공이 중구 대흥동에서 유성구 지족동으로 옮겨가려 하자 중구 정치인과 상인 등이 상권 침체를 이유로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급기야 박성효 소진공 이사장이 지난 24일 이전의 불가피성과 이전계획 등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소진공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준정부 기관으로 소상공인의 경영안정과 성장,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기존의 소상공인진흥원과 시장경영진흥원이 2014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 통합, 출범한 것이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지원하는 웬만한 업무는 소진공이 다 맡고 있다. 올해 예산은 7조 5000억원으로 이중 50%가 넘는 3조7000억원이 금융지원이다. 전체 직원은 861명으로 이중 400여명이 현재 대전의 본부에서 일하고 있다.
소진공은 2021년부터 이전을 추진해왔다. 2014년 통합 출범 때부터 현재의 대흥동 소재 민간건물에 입주, 10년을 살아왔는데,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과 안전성 확보, 세종시 소재 중기부와의 업무 협조, 경비 절감을 통한 경영 효율화 등을 위해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 중구 상인들 "원도심 망한다" 강력 반발
그동안 대전시측은 소진공에게 서구 월평동 구 마사회 건물 등으로 이전하거나 유성구 장대동과 서구 관저동의 부지에 신축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으나 무산됐다. 다른 건물로 이전해봐야 근무환경이 별로 나아지지 않고, 신축비용 430억원~1300억원은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진공은 대전의 여러 건물을 검토한 끝에 유성의 KB국민은행 콜센터로 이전하기로 했다. 공단측은 이미 모든 결정을 내리고 절차를 밟고 있다며, 6월 이전은 불가역적이라고 밝혔다.
소진공 이전에 인근 상인과 대전 중구청, 지역정치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제선 중구청장은 "총선이 끝나고 의회 권력 공백기에 도둑 이전을 하는 행동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소진공이 지역민과 소통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박용갑 중구 국회의원 당선인도 소진공 이전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설립 목적에 위배된다며 현재의 사옥을 개선해 사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균형발전의 중요성을 거론하며, 소진공 유성의 이전은 이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유성에 현재 교촌 국가산업단지와 스마트팜 10만 평, 원촌동 바이오 혁신지구 등 대형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반면에 유성이 지역구인 황정아 국회의원 당선인은 "적극 환영한다"며 유성 지역 소상공인들이 상권이 침체로 힘들어 한다고 밝혔다.
정치인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소진공 이전을 두고 찬반 의사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중구 상인들과 구의회 의원들은 소진공 청사 앞에서 이전 반대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주변 거리에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려 있다.
소진공은 사옥 이전은 공단의 내부 문제라며 정치적 시비 거리가 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소진공 직원 이모씨(27. 여성)는 "대전시 산하기관인 대전세종연구원과 연정국악원도 유성구와 서구로 이사하지 않았느냐?"며 "우리가 서구나 유성에서 일해도 대전시민 아니냐"고 볼멘 소리를 했다.
□ 대전시 산하기관도 이전하면서 왜 우리는?
소진공 사옥 이전의 가장 큰 이유는 근무환경 개선이다. 현재 건물은 31년이 지난 건물로 노후화가 심하며, 승강기 용량도 적고 여성 직원이 많아진 데 비해 여성용 화장실도 비좁다고 한다. MZ세대가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직원 설문조사 결과 80.3%가 사옥 이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진공은 평균임금이 다른 기금관리형 공공기관의 60%선에 불과하고, 근무환경도 열악해 이직률이 높은 편이다. 최근 5년간 신입직원 퇴사율이 31.6%나 됐다. 이 때문에 사옥 이전을 통한 근무환경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다.
소진공은 현재 민간 빌딩의 2, 3, 5, 11, 16층을 사용하는데 층별로 띄엄띄엄 사무실이 있어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관리와 보안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반면에 유성구 반석동 KB국민은행 건물은 연면적 3만7874㎡(1만1477평)로 1개 층에서 소진공 본부 직원 전원이 근무할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시설이 넉넉하고 깨끗한 것도 장점이다.
유성의 건물이 주무 부처인 중소기업부와 가까운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중기부와 거리가 종전 33km에서 14km로 단축되고, 출장시간도 왕복 120분에서 40분대로 줄어든다. 그만큼 시간과 경비, 인력 낭비가 절감된다.
운영경비도 현재 대흥동 건물은 보증금 10억2000만원에 연간 임차 및 관리비가 17억5000만원인데 비해 지족동 KB국민은행은 보증금 4억9000만원에 임차관리비는 13억2000만원이다. 절감한 돈은 직원복지에 쓰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직원들이 세종시 이전을 주장하는 데 대해 박성효 이사장은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번에 KB국민은행 건물로 이전하면 직원들이 요구하는 근무환경 개선은 물론 중기부와 긴밀한 협조가 충분히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 매력적인 원도심 만들어야 MZ세대 정착
소진공 이전과 관련 원도심 상인과 지자체의 반발은 이해하지만 소진공의 입장을 옹호한다는 여론도 많다. 22년부터 이전을 추진해온 데다 대전시에서 제시한 건물로 이전하거나 신축하는 것은 현실성이 낮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MZ세대 젊은 직원들의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을 계속 묵살하는 게 쉽지 않다. 대전시 산하기관이 서구나 유성구로 빠져나갔는데 중기부 산하 기관을 원도심에 머물라고 압박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원도심에 공공기관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직원들이 편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젊은 고객이 근무, 정착할 수 있는 매력을 만들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원도심의 공공기관이나 단체가 타도시나 유성구, 서구로 빠져나갈 게 뻔하다.
현재 대전시는 한국임업진흥원,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 한국나노기술원, 코레일관광개발 등 32개 수도권 공공기관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기관을 원도심에 배치하려면 치밀한 사전 계획이 필요하다. 원도심 주거환경 개선과 재개발, 재건축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제대로 정착하고 일자리 창출과 창업 등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대전 소상공인·전통시장 적극 도울것"
"직원들을 위한 가장 큰 복지가 청사 이전입니다. 근무환경 개선이 그만큼 시급합니다."
박성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은 유능한 직원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편안하게 계속 근무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원도심 여러 건물을 검토했지만 리모델링 비용이 수십억원 들어가고 근무환경도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며 "내가 대전시장을 했는데 원도심 상인들의 어려움을 왜 모르겠느냐"고 이해를 구했다.
그는 또 본부는 이전해도 대전충남지역본부와 대전남부센터는 변함 없이 중구 오류동에서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지원업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진공은 대전시가 아닌 중기부 산하기관입니다. 우리에게 대전 원도심 활성화의 큰 짐을 떠넘기는 게 부담스럽습니다."
그는 소진공 이전을 위한 준비가 마무리됐다며 6월에 꼭 이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대전지역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적극 돕겠습니다. 대전시와 중구청도 정책적 협력을 더 강화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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