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증권사 퇴직연금도 원금보장형이라니

2024. 4. 2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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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깝게 일하던 모 금융회사의 지인이 임원 승진을 해 축하해주는 점심 식사 자리를 가졌다.

우선 회사가 퇴직연금 운용을 맡는 확정급여(DB)형의 경우 대부분이 원금보장형에 투자한다는 현실은 매우 잘 알려져 있다.

원금보장형을 통해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회사는 최근 이자율이 높아진 상황을 제외하고는 오랫동안 2% 미만의 수익률을 올려왔다.

심지어 퇴직연금 사업자인 증권사도 회사의 퇴직연금 계좌를 대부분 원금보장형 상품 중심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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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제도 갖추었지만
중도인출·원금보장형 쏠림
디폴트옵션 도입도 유명무실
노후대비 장기투자 취지살려
제도와 시스템으로 개선을

함께 가깝게 일하던 모 금융회사의 지인이 임원 승진을 해 축하해주는 점심 식사 자리를 가졌다. 주변 사람들이 커리어에서 진전을 거두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마음은 참 기쁘다. 그런데 식사 자리에서 정말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임원 승진과 동시에 퇴직연금을 인출해 아이의 유학비에 보탰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자녀 교육에 진심인 한국인들을 이해한다. 하지만 퇴직연금 제도를 만든 본래의 취지가 완전히 무용지물이 됐다는 점 그리고 금융을 정말 잘 이해하는 금융인조차도 이런 의사결정을 했다는 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여러 언론 매체의 기사를 통해 아주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다시 한번 더 언급해보겠다. 한국의 퇴직연금 제도는 최소 외형적으로 어느 선진국의 퇴직연금 제도 못지않게 완성됐다. 다른 점이 있다면 퇴직연금 제도의 사용자와 가입자들의 행동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행동 한 가지를 꼽는다면 바로 원금보장형으로의 엄청난 쏠림이 아닐까 한다.

우선 회사가 퇴직연금 운용을 맡는 확정급여(DB)형의 경우 대부분이 원금보장형에 투자한다는 현실은 매우 잘 알려져 있다. 원금보장형을 통해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회사는 최근 이자율이 높아진 상황을 제외하고는 오랫동안 2% 미만의 수익률을 올려왔다. 하지만 직원이 퇴직하면 마지막 3년의 평균 임금과 근속연수에 맞춰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평균 임금 상승률과 퇴직연금 운용에서 얻는 낮은 수익률의 차이를 매년 메꿔야 한다.

이런 상황은 수익률을 좀 더 낼 수 있는 밸런스된 중장기 투자를 통해 상당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즉 회사의 비용 부담을 개선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권장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회사 내 퇴직연금 운용을 위한 투자 정책을 세우는 데 가이드라인 등을 주고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변화는 없다. 관계자들은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담당자, 혹은 사내 전문가가 원금보장형이 아닌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결정을 내린 후에 수익률이 나오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묻게 될까 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준다.

더 충격적인 기사도 나왔다. 심지어 퇴직연금 사업자인 증권사도 회사의 퇴직연금 계좌를 대부분 원금보장형 상품 중심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퇴직연금 가입자 회사를 설득하려는 모습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운용 책임을 지는 확정기여(DC)형의 경우 운용자산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보다 훨씬 오래전에 퇴직연금 제도를 정립한 다른 퇴직연금 선진국들의 과거를 보면 DC형이 늘어났고, 비슷한 추세가 한국 시장에서도 예상된다. DC형의 경우도 85%가 원금보장형 상품에 있다. 이렇게 원금보장형에 놔두는 자산을 타깃데이트펀드(TDF)를 비롯한 밸런스 있는 자산으로 옮기기 위해 만든 제도가 디폴트옵션인데 이 역시 원금보장형을 위해 작동하고 있다. 디폴트옵션 제도 안에서 사람들이 원금보장형을 대부분 선택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디폴트옵션 시행 이후 원금보장형 상품 투자의 비중은 더 높아졌다.

전문가·비전문가 할 것 없이 원금보장형만 찾는 현실, 원금보장형 퇴직연금을 운영하는 나라가 된 이유가 무엇일까. 앞으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나 시스템이 반드시 뒷받침돼야만 한다. 디폴트옵션 안에서 원금보장형을 없애는 것도 많이 논의되기는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은 퇴직연금이 '오로지 자신을 위한 장기 투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있다. 그러지 않으면 결국 잘 만들어놓은 퇴직연금 제도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영주 닐슨 성균관대 SKK GSB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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