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선택과 노력의 문제이기를

2024. 4. 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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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키가 큰 중년 서양 남자를 키가 작은 다른 인종보다 더 우월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키가 작고, 어려 보이는 한국인 여성인 필자는 유독 자주 오해를 샀다.

작은 키도, 한국 여성으로 태어난 것도, 필자가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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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키가 큰 중년 서양 남자를 키가 작은 다른 인종보다 더 우월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키가 작고, 어려 보이는 한국인 여성인 필자는 유독 자주 오해를 샀다. 필자의 남성 팀원을 필자의 상사로 오해하거나, 필자를 나이 어린 부하 여직원으로 생각하는 일이 허다했다. 작은 키도, 한국 여성으로 태어난 것도, 필자가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대신 필자가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차별이 없는 회사를 다니고,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었다.

필자가 여성이었기 때문에 겪었던 오해들을 한바탕 웃음으로 넘길 수 있었던 건, 곁에서 함께 공감해주는 여성 동료들과 필자를 응원해줬던 남성 동료들, 그리고 평등하게 평가해줬던 상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키, 한국인, 여성 등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던 이유로 오해를 사거나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동료와 멘토들이 큰 도움이 돼 줬다. 참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필자도 다른 여성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Women in Innovation(이하 WIN)'이라는 여성 임원 네트워크에 가입해 적극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WIN은 필자가 임원이 되기 전 '멘티'로 콘퍼런스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단체로, 콘퍼런스에서 직급이 비슷한 여성 동료 및 여러 현직 임원 멘토에게 위로와 조언을 받은 데 큰 감동을 느껴 매년 자비로 참여했다. 그러다 필자도 임원이 되면서 바로 정식 회원으로 가입했다. 현재도 WIN을 통해 다른 여성 임원들과 지속적으로 정보 교류를 하고, 이제는 멘토로서 같은 고민을 하는 여성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자가 상담한 여성 후배들 중에는 가사, 육아를 병행하며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심지어 몇몇 후배는 아이에게 죄책감까지 느꼈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부부간 역할을 다시 설정하고 주변인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기를 권했다. 특히 엄마의 행복이 곧 아이와 가족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본인의 능력과 꿈을 잃지 않도록 응원해줬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고민하고, 추구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권리이며 자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고작 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었다. 그리고 한국 여성의 비경제 활동 이유 중 1위는 가사였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오직 53%의 사람들만 한국에서 여성이 차별을 받는다고 느꼈다고 보고했다. 이런 현실과 인지의 차이가 결국 많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자주 스스로의 선택과 미래에 대해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만드는 것 같다.

한 회사의 대표로서 필자는 이러한 사회구조를 조금이나마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데 기여하고자 적극적으로 여성 임원을 고용하고, D&I 위원회를 만드는 등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조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WIN과 협업해 향후 임원이 되기를 원하는 여성 직원들에게 콘퍼런스와 멘토링에 참여할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여성들의 고민과 노력을 선입견 없이 바라봐주고, 함께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가기를 바라본다.

[김연희 갈더마코리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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