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성지' 더현대서울에 '문학'이 떴다...책 안 읽는 시대에 웬일?

전혼잎 2024. 4. 2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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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 6층에 '동잠 문방구'가 들어섰다.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불리는 더현대서울뿐 아니라 백화점, 또 청년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홍대 인근 등에서 매장을 열고 독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모양새다.

올해 3, 4월 현대백화점을 통해 깜냥 인형과 스티커, 공책 등을 구입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를 선보인 데 이어 동화책 주인공 깜냥의 팬미팅을 준비하는 등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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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업계, 소설·시·동화 등 내세운
팝업스토어로 독자와 새로운 접점
밀리의서재가 지난 26일부터 김혜정 작가의 소설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의 홍보를 위해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에 연 팝업스토어의 모습. 밀리의서재 제공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 6층에 ‘동잠 문방구’가 들어섰다. 진짜 문방구는 아니다. 김혜정 작가의 장편소설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에 등장하는 장소를 재현한 것으로,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서재가 지난 26일부터 소설 홍보를 위해 연 팝업스토어다. 책은 물론 소설 속 주인공이 잃어버린 분실물을 굿즈로 만든 다이어리, 가방, 필통도 구입할 수 있다. 매장의 동선도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 책과 현실 세계를 이어냈다. 밀리의서재 측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경험’으로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브랜드 충성심을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전했다.

최근 출판업계가 소설과 시를 앞세운 팝업스토어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브랜드를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자리를 만들어 젊은 독자들의 관심을 모으려는 시도다. 팝업스토어는 유통업계에서는 ‘뉴노멀’로 자리 잡았지만, 보수적인 문학계로서는 새로운 도전이다.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불리는 더현대서울뿐 아니라 백화점, 또 청년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홍대 인근 등에서 매장을 열고 독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모양새다.


문학과지성사·창비 ‘시’ 팝업 선보여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선보인 문학과지성사의 팝업스토어에서는 방문객이 메시지를 남기거나(왼쪽 사진) 이 매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한정판 시집을 내놨다. 문학과지성사 제공

“우리의 말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서 기쁜 마음입니다!”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문학과지성사의 시인선 600호 기념 팝업스토어 ‘시와 당신의 자리’에 한 방문객이 남긴 문장이다. 시인선 600호(‘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의 표지 색을 분홍색으로 바꾼 ‘벚꽃 에디션’은 팝업스토어에서만 살 수 있는 한정판인데, 1인당 구매 가능 수량을 제한했는데도 매진됐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창비의 팝업스토어 ‘시크닉’에는 열흘 동안 2,000여 명이 방문했다. 방문객이 직접 시를 써 볼 수 있게 하고 시인들이 일일 점원으로 일하는 등 시를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팝업스토어 홍보 포스터를 보고 방문했다는 김민영(24)씨는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시였는데, 계절이나 상황에 어울리는 시집을 추천해 주거나 참여할 수 있는 여러 행사가 있어서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창비시선이 지난 19일부터 서울 마포구에 연 팝업스토어 시크닉의 홍보 포스터. 창비시선 제공

“IP 인지도 높이고 신규 독자 유입”

창비는 인기 동화책 시리즈 ‘고양이 해결사 깜냥’의 주인공 깜냥을 내세운 팝업스토어를 올해 3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5월 1일부터는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에 편의점 콘셉트의 매장을 열고 방문객을 맞을 예정이다. 창비 제공

팝업스토어에 가장 적극적인 건 유아·아동 분야다. 지금까지 70만 부가 판매된 인기 동화책 ‘고양이 해결사 깜냥’은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을 맞아 전국 순회 팝업 스토어의 일환으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에서 매장을 연다. 올해 3, 4월 현대백화점을 통해 깜냥 인형과 스티커, 공책 등을 구입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를 선보인 데 이어 동화책 주인공 깜냥의 팬미팅을 준비하는 등 공을 들였다. 깜냥은 애니메이션이 아닌 국내 동화 중에서 캐릭터 사업에 진출한 첫 번째 사례다.

출판사의 잇따른 팝업스토어 개점은 꽁꽁 얼어붙은 출판 시장에서 ‘체험형 소비’로 활로를 뚫어보려는 시도다. 출판 지식재산권(IP) 시장을 확대하고, 신규 독자를 끌어들이는 효과도 있다. 창비는 “독서 인구 감소와 경제 불황으로 인해 매출 하락세로 여러 출판사가 IP를 활용, 2차 저작권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수익 구조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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