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폐지…‘가장 약한 자’ 위한 방어선을 묻다

한겨레 2024. 4. 2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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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여년 전 친정엄마가 현직 교사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이었을 때 엄마의 '연봉 외 수입'은 연봉보다 많았다고 한다.

촌지가 있던 시절이었기 때문인데 촌지 형태는 현금, 상품권, 선물을 가리지 않고 다양했다.

엄마는 아쉬워했지만 김영란법 시대의 학부모인 난, 촌지(선물)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있어 좋다.

학생인권조례가 생기고 나서 친정엄마가 식겁했던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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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비장애 함께 살기
게티이미지뱅크

20~30여년 전 친정엄마가 현직 교사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이었을 때 엄마의 ‘연봉 외 수입’은 연봉보다 많았다고 한다. 촌지가 있던 시절이었기 때문인데 촌지 형태는 현금, 상품권, 선물을 가리지 않고 다양했다. 스승의 날이 가까워지는 이맘때부턴 집안에도 선물이 쌓이기 시작했다. 엄마방 옷장만 열면 포장도 뜯지 않은 명품 화장품과 가방, 지갑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받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교사인 엄마도 학부모였기에 우리 세 남매의 담임선생님에게 촌지를 바쳤다. 학부모 상담 시 (1990년대 초반 강남 기준으로) 여자 선생님에겐 랑콤 립스틱과 현금 10만원, 남자 선생님에겐 양주와 현금 10만원이 기본과도 같은 것이었다.

대학을 들어가면 성의 표시도 따로 해야 했다. 남동생이 서울대에 입학하고 엄마가 30만원의 감사비를 드렸더니 다음날 남동생을 통해 감사비가 적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일명 ‘김영란법’이 실시되고 나서야 이 모든 폐단이 사라졌다. 엄마는 아쉬워했지만 김영란법 시대의 학부모인 난, 촌지(선물)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있어 좋다.

물론 아쉬울 때도 있다. ‘인생의 스승’이라 할 만한 고마운 선생님을 만나도 선물은커녕 따뜻한 밥 한 끼조차 대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서 ‘김영란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대신 다른 방법을 찾는다. 감사함이 차고 넘쳤던 몇 분의 선생님과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맛있는 식사를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이제 3년 반 남았다.

같은 맥락에서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생각해본다.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면 교권이 올라가고, 갑질 학부모가 사라지고, 학생들은 싸가지와 예의를 배우게 될까. 요즘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폐단의 원흉은 학생인권조례일까. 학생인권조례로 인한 긍정적 변화는 없었던가.

학생인권조례가 생기고 나서 친정엄마가 식겁했던 일이 있었다. 하루는 엄마가 복도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학생 머리를 500ml짜리 빈 생수통으로 치며 멈추게 했다고 한다. 학부모 민원이 들어왔고 엄마는 이후로 학생 몸에 체벌의 형식을 띤 행동은 어떤 것도 하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모든 법(조례 포함)은 완벽하지 않다. 그럼에도 법이 필요한 이유는 가장 최악의 상황에 놓인 누군가를 구제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기 위해서다. 교권 침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면 법적인 대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교권 보호 4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후속 입법을 위한 움직임도 한창이다.

국민의힘이 다수당인 서울시의회가 지난 26일 본회의에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충남에 이어 두 번째다. 학생인권조례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부모 입김 쎈 싸가지없는 학생을 위한 게 아니라 부모도 학생도 자기변호력 없는 ‘가장 약한 자’를 위해 존재하는 마지막 방어선이다. 문제는 법 자체가 아닌 악용이다. 법을 없애는 게 아닌 악용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조례 자체를 없애 버리면 그에 따른 피해는 ‘가장 약한 자’가 보게 된다. 늘 그렇듯 부모 입김 쎈 싸가지없는 학생은 법이 있든 없든 있는 법을 악용할 방법 따윈 언제든 잘 알고 있다.

류승연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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