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연기된 환자에 죄송”…결국 병원 떠나는 교수들

정윤경 기자 2024. 4. 2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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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반발한 교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데 이어 의료현장을 떠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김 교수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의대 정원 정상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더는 버틸 힘이 없다"며 "고창섭 충북대 총장이 의대 교수들과 만나 '200명 의대 증원의 근거는 없고, 정부가 지원한다고 하니 다른 지방 거점 국립 대병원 정도는 되어야겠다고 싶어 그렇게 적어냈다'고 발언한 것을 듣고 병원을 정말로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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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원 충북대병원 교수 “더는 버틸 힘 없어”
충북대 비대위 “내·외과 교수 2명도 6월 안으로 떠날 듯”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김석원 충북대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4월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직의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반발한 교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데 이어 의료현장을 떠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사직서가 수리될 예정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교수들은 사직서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병원을 떠나겠다고 경고했다.

김석원 충북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29일 충북대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적이지만 내달 10일 마지막 외래진료를 끝으로 사직서 수리와 상관없이 병원을 떠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의대 정원 정상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더는 버틸 힘이 없다"며 "고창섭 충북대 총장이 의대 교수들과 만나 '200명 의대 증원의 근거는 없고, 정부가 지원한다고 하니 다른 지방 거점 국립 대병원 정도는 되어야겠다고 싶어 그렇게 적어냈다'고 발언한 것을 듣고 병원을 정말로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남은 환자들에 대해선 "일방적인 수술 연기 통보를 받으시고도 두 달 넘게 기다려 주신 환자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남은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앞으로 진료를 받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눈물을 보였다.

충북대의대·충북대병원 전체 교수 200여 명 중 60% 이상(110여 명)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대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 중 실제로 의료 현장을 떠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정부의 방침에 변화가 없다면 이 같은 사례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배장환 비대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사직을 결정한 거라 특정할 수는 없지만 내과·외과 교수 2명도 6월 안으로 병원을 떠나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그동안 환자들 때문에 의료 현장에 남아있던 것이지 정부 증원 정책에 변화가 없으면 실질 사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배대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의사 면허를 정지한다는 보건복지부와 현재 정원의 5.1배를 적어낸 총장의 의견을 듣자니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다시 들어올 길이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들과 같이 일할 수 없다면 중증 고난도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 남을 이유가 없어 사직하고자 한다"고 사직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비대위와 고창섭 충북대 총장, 김명규 충북도 경제부지사 등은 대학 본부에서 '의대 학생 정원 증원 관련 유관기관 간담회'를 가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는 증원 규모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채 입장 차만 확인하고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의대 교수들은 증원분 50%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고 김영환 충북지사는 100%를 확보해야 한다며 맞섰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현재까지 대학 본부와 병원 인사과에 형식과 요건을 갖춰 공식적으로 제출된 (교수들의) 사직서는 소수"라며 "사직서가 수리될 예정인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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