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웃으며 이재명 오른팔 툭···독대없이 130분간 첫 회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첫 회담(이하 영수회담)의 모두발언은 대체로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 이 대표는 총 10장짜리 원고를 20분 간 읽어 내려갔고 윤 대통령은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배석자들도 엄숙한 얼굴로 이 대표 모두 발언을 필기했다. 회담 시간은 예상 시간(1시간~1시간30분)을 훌쩍 넘긴 약 2시간10분 동안 이어졌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두 사람만의 독대는 없었다.
윤 대통령은 29일 오후 2시쯤 서울 용산 대통령실 2층 집무실에서 이 대표와 민주당의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대변인 등과 만나 차례로 악수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집무실 앞에 서서 이 대표 등을 기다렸다 이 대표 등 일행이 현장에 도착하자 환하게 웃으며 맞이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악수차 손을 잡은 뒤 왼손으로 이 대표의 오른팔을 한 번 툭 치는 장면도 포착됐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첫 만남에서 윤 대통령은 "저와 이 대표님과 만나는 걸 우리 국민들이 다 고대하셨기 때문에 오늘 이렇게 좋은 날씨를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참석자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 것은 이 대표 등 일행이 원형 테이블에 앉은 뒤였다.
이날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에서 대통령실에)오다 보니 20분정도 걸리는데 실제 여기 오는데 한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한 마디로 운을 뗐다. 이날 영수회담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약 1년 11개월 만에, 이 대표의 당대표 취임 이후 약 1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열렸다.
이 대표는 "약간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또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이런 얘기도 있어서 오늘 이 자리에, 이 만남이 우리 국민들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드리는 그런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이 대표는 안내된 원형 테이블에 착석 후 재킷 안쪽 주머니에서 준비된 원고를 꺼냈다. 이 대표가 "대통령님 말씀을 듣고 말씀드리려 한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손님 말씀을 먼저 듣겠다"며 이 대표에게 먼저 모두발언을 할 것을 권했다.
이 대표는 이날 A4 용지 10장에 달하는 원고를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각 장마다 약 반 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이 빼곡히 적힌 것으로 이날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이 내용을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윤 대통령은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이 대표의 발언을 들었다.
이 대표가 민생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해달라고 주문한 대목에서 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모두발언 후반부에 이 대표가 채상병 특검법, 이태원 특별법의 수용을 요청하는 한편 가족 등 주변 인사의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하는 등 다소 민감한 주제를 꺼냈을 때는 잠시 눈을 감으며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이 대표는 "오늘 제가 제1야당의 대표로서 이 나라의 국정을 총책임지시는 최고국정책임자이신 대통령님게 이번 총선에서 나타났다고 판단되는 국민들의 뜻을 전달해 드리려고 한다"며 총선 민심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자처했다.
이 대표 발언의 주제는 전국민 재난 지원금과 같은 민생 문제 해결 방안에서부터 연구개발(R&D) 예산복원, 전세사기특별법 도입, 의료개혁 특별위원회 신설, 저출생 문제 대책 수립 촉구, 연금개혁, 이태원 특별법 도입, 채상병 특검, 가족 의혹 정리, 재생에너지 확대, 실용외교까지 총망라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을 모두 들은 뒤 "좋은 말씀 감사하다"며 "평소에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 오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저희가 예상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발목잡기가 아니라 선의의 경쟁으로 국민에게 편안함과 희망을 만들어 드리면 좋겠다"며 "이어지는 비공개 자리에서도 더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화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이날 이 대표의 모두발언 이후 회담은 비공개로 전환됐고 양측 회담은 약 2시간10분 간 진행됐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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