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5G 요금제의 숲에서 길을 찾으려면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4. 4. 2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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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5G 요금제가 다수 나온 덕분에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는 정부의 자랑에 순간 혹했다.

이렇게 되면, 요금제 혜택은 '덕후급 소비자'에 한정될 수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요금제를 추가로 내놓기보다 소비자들이 주어진 할인 혜택을 꼼꼼히 챙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게 어떨까 한다.

10% 더 저렴한 요금제로 갈아타기보다는 각종 할인 혜택을 이용해 20~50% 할인을 받을 수 있으면 소비자에게 더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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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제가 너무 많으면
소비자에게 오히려 고통
최적 요금 손쉽게 검색하는
시스템 갖추는데 집중해야

저렴한 5G 요금제가 다수 나온 덕분에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는 정부의 자랑에 순간 혹했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 현황'에는 5G 요금제 최저구간이 1만원가량 낮아졌다는 식의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말에 나는 지금껏 고수한 LTE를 버리고 5G로 갈아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금세 좌절하고 말았다. 내가 가입한 모 통신사의 5G 요금제만 51개였다. 나머지 2개 통신사 요금제를 더하니 110개가 훌쩍 넘었다. 어떤 요금제를 선택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 요금제의 숲속에서 길을 잃고 만 것이다.

그 순간,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가 '선택의 역설'을 주제로 TED에서 했던 강연이 기억났다. 통상 우리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착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슈워츠는 청바지를 사러 갔던 경험을 예로 들었다. 점원에게 옷 사이즈를 말했더니, 점원의 대답은 이랬다. "슬림 핏과 이지 핏, 릴랙스 핏 중에서 어느 것을 드릴까요? 지퍼와 버튼 중 어떤 것을 원하세요? 색감은 어느 정도가 좋으세요?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을 넣을까요? 통이 좁아지는 스타일을 드릴까요?" 슈워츠는 입이 딱 벌어졌다. 그중 하나를 사기는 했으나, 예전에 청바지를 샀을 때보다 만족감이 덜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슈워츠는 "선택은 역설적으로 마비를 야기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너무 많으면, 사람들은 선택 자체를 힘겨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도 하지 않게 된다. 퇴직연금이 그런 예다. 50개의 펀드를 추천하면 5개를 추천했을 때보다 가입률이 10%나 떨어졌다. 선택의 폭을 넓혔더니 노후 대비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늘어난 것이다.

이는 정부의 5G 요금제 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요금제를 내놓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요금제가 지나치게 다양하면 소비자의 머리는 마비된다. 선택을 못하게 된다. 소비자에게 더 유리한 요금제가 나와도 옮겨가지를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요금제 혜택은 '덕후급 소비자'에 한정될 수 있다. 스마트폰 요금제에 관심이 많고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소비자 말이다. 내 지인 중에도 그런 이가 있다. 4인 가족의 원래 기본요금이 도합 38만5000원이었다. 그러나 선택약정과 가족 할인, 청소년 할인 등을 활용하니 총요금이 13만4750원으로 뚝 떨어지더라고 했다.

이런 혜택을 다수 소비자가 누리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통신기기에 밝지 않은 고령자들은 혜택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5G 요금제는 정부의 노력 덕분에 저가·중저가·고가까지 다양해진 상황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요금제를 추가로 내놓기보다 소비자들이 주어진 할인 혜택을 꼼꼼히 챙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게 어떨까 한다. 10% 더 저렴한 요금제로 갈아타기보다는 각종 할인 혜택을 이용해 20~50% 할인을 받을 수 있으면 소비자에게 더 이롭다.

그러려면 소비자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요금제를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통신사의 다양한 요금제를 비교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게 맞는 할인 혜택도 손쉽게 검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통신요금 종합포털 스마트초이스를 개선하고, 통신사가 이용자에게 최적의 요금제를 추천하도록 전기통신사업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 각종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 교육도 중요하다. 다양한 요금제와 온갖 할인 혜택으로 진수성찬을 차려놓은들, 깜깜한 어둠 속에 둔다면 소비자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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