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도 값 못올린 LPG업계…1분기 세전이익 절반이하 뚝

정상봉 기자(jung.sangbong@mk.co.kr) 2024. 4. 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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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화석유가스(LPG)업계가 고유가·고환율에도 공급가를 못 올리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LPG 공급가는 이런 시장 상황을 반영했을 때보다 ㎏당 100원이 넘게 낮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LPG업계가 공급가를 올리지 않는 것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급가를 진작 올렸어야 했는데 다른 선택지가 없다"며 "LPG 사업부문에선 앓는 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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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스·E1 세전익 20%이하로
5개월간 미인상분 100원 넘어
유류세 인하 연장에 난관 예상
국제유가가 오르고 물가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LPG업계가 공급가를 올리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가격 제한 기류로 인해 이익이 감소하고 있다는 게 업계 하소연이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액화석유가스(LPG)업계가 고유가·고환율에도 공급가를 못 올리면서 실적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류세 인하 연장 등 물가 안정 압박에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29일 SK가스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7259억원, 영업이익 74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7%, 64.1% 감소했다. LPG 업계의 수익성 지표로 사용되는 세전이익은 3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한 수치다. LPG업계는 LPG의 해외거래(트레이딩)와 파생상품 거래 등으로 인한 영업외손익 반영을 위해 세전이익을 사업부 평가의 지표로 사용한다.

SK가스의 LPG 사업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4% 줄어들었다. LPG 판매량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올 1분기 SK가스의 LPG 판매량은 1866㏏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8㏏ 줄어들었다.

E1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E1의 올해 1분기 세전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동기 대비 86.4% 줄어든 213억원이다.

LPG업계 실적 부진은 국내 LPG 공급가를 동결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SK가스와 E1은 지난해 11월 국내 LPG 공급가를 ㎏당 55원씩 인상한 뒤 5개월째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통상 겨울이면 가정용 LPG 수요가 늘어 업황이 좋은 편이나 지난해 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익이 줄었다면 쌓인 가격 미반영분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LPG 공급가는 LPG 공급사가 전국 각지의 LPG 충전소와 석유화학업체 등 공급처에 LPG를 공급할 때 책정하는 가격이다. 2022년 기준 전체 LPG 공급량의 75%를 차지하는 SK가스와 E1의 경우 매월 마지막 날 LPG 제품인 프로판과 부탄의 공급가를 발표한다.

현재 프로판의 공급가는 SK가스에서 ㎏당 1239.81원, E1에서는 가정상업용이 ㎏당 1238.25원, 산업용이 1244.85원이다. 부탄의 공급가는 SK가스에서 ㎏당 1506.68원, E1에서 ㎏당 1505.68원이다.

LPG 가격은 통상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매월 말 고시하는 LPG 판매가격인 CP(Contract Price)를 기준으로 한다. 여기에 매입 발생 시점의 환율과 운송비, 적정 이윤 등을 감안해 결정한다. LPG 매입 후 국내 공급까지 한 달 정도가 걸려 CP는 한 달 뒤 공급가에 반영된다.

중동 불안 고조 등의 이유로 가격 인상 유인은 차고 넘친다. 아람코가 발표하는 CP는 지난해 9월 프로판 t당 550달러, 부탄 560달러를 기록한 뒤 계속해서 올라 4월 기준 프로판 t당 615달러, 부탄 620달러까지 올랐다.

LPG 운반 선박 운행비에 영향을 주는 유가는 미국의 서부텍사스유(WTI) 기준 지난해 말 70달러 아래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83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해 11월 129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꾸준히 상승해 29일 기준 1376원까지 올랐다. 지난 16일에는 장중 1400원을 찍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LPG 공급가는 이런 시장 상황을 반영했을 때보다 ㎏당 150원 정도 낮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LPG업계가 공급가를 올리지 않는 것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LPG 수입·생산업체와 유관기관에 가격 안정을 위한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2022년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7%로 넓힌 것도 가격 인상 압박 요인으로 해석된다.

미인상분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 LPG업계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급가를 진작 올렸어야 했는데 다른 선택지가 없다”며 “LPG 사업부문에선 앓는 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물가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섣불리 가격을 올리는 모습도 좋게 보이진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6월 말까지 2개월 연장하면서 가격 인상은 당분간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LPG 트럭 시장 개척과 액화천연가스(LNG) 신사업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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