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감독 눈에 비친 V리그 “연봉 놀라워”···“선수들은 경쟁력 있어, 해외 교류 늘어나야” 조언

이정호 기자 2024. 4. 2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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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KOVO 제공



OK금융그룹 오기노 마사지 감독. KOVO 제공



“V리그 선수 연봉 놀라워.”

프로배구 V리그는 외국인 감독 전성시대를 맞는다. 2024~2025시즌 V리그에서는 남녀배구 14개 팀 가운데 총 6팀이 외국인 사령탑의 지휘 하에 우승 레이스에 도전하게 되면서 역대로 가장 많은 외국인 감독을 볼 수 있다.

2023~2024시즌을 완주하고 다음 시즌에도 V리그에 잔류한 외국인 사령탑은 셋. 남자배구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OK금융그룹 오기노 마사지 감독, 여자배구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에게 서면 인터뷰를 통해 V리그에 대해 물었다.

V리그에 입성한 이방인 감독들을 가장 놀라게 했던 부분은 선수 연봉이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평균 연봉 수준을 유럽과 비교하면 정말 비현실적인 숫자인 것 같다”고 했다. 2023~2024시즌 선수 등록 기준(신인 제외)으로 남자부 평균 보수는 2억2900만원, 여자부 평균 보수는 1억5200만원이다. 유럽 상위리그 선수 평균 보수(추정치)를 웃도는 수치로 평가된다. FA제도 도입과 부족한 선수풀로 인한 구단간 과도한 경쟁 등으로 선수들의 몸값이 빠르게 상승하는 부분은 리그에서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오기노 감독 역시 “연봉은 매우 놀랐고, 일본 프로와 비교해도 놀랄 정도”라고 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다른 각도에서 “요즘 세상에 여자부와 남자부 연봉에 차이가 나거나 제도가 서로 다른 부분은 조금 평등하지 않은 것 같다”, “FA제도 등이 선수들의 수준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등 연봉과 관련해 비판적인 시각도 드러냈다.

V리그의 경기력은 흥행이나 연봉에 비해 아직 세계적인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 다만 외국인 감독들은 더 큰 리그로 발전할 수 있는 긍정적 요소들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V리그가 가진 매력을 묻자 “멋진 환경을 갖추고 있다. 매일 배구를 중계하는 시스템은 배구를 더 대중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봤다. 아본단자 감독은 “열정 넘치는 팬들과 높은 수준의 미디어, 그리고 이벤트”라고 떠올렸다.

V리그의 경기력에 대해서는 외국인 감독 역시 고민하는 지점이 비슷하다. V리그에 유입되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아지는 상황이고, 선수층이 두텁지 않아 선수 수급만으로는 전력 강화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외국인 감독들도 경기력 향상을 위해선 외국인 선수 자유계약제가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V리그는 외국인 선수를 자유계약으로 뽑아오다 여자부는 2015~2016시즌, 남자부는 2016~2017시즌부터 트라이아웃 제도로 변경, 유지해오고 있다. 오기노 감독은 “트라이아웃 대신 팀에 필요한 외국인, 아시아 선수들을 직접 뽑으면 V리그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아본단자 감독도 “외국인 선수를 확대해 보다 리그 수준을 올리는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연경과 하이파이브하는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KOVO 제공



가뜩이나 선수층이 약한 상황에서 팀 당 36경기를 치르는 V리그 일정이 타이트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본단자 감독은 “경기적인 부분은 경기 간 텀을 조금 더 길게 두는 것이 경기력이나 경기 퀄리티를 높이는데 도움을 줄 것 같다”고 했다. 오기노 감독은 “7개 팀인 리그에서 팀당 6경기씩 치르는게 쉽지 않다. 4라운드 이후(현재는 6라운드제) 포스트시즌을 치르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V리그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해외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공통적으로 나왔다. 아본단자 감독은 “여자배구에 몇 명 주목하는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 배구 시스템이 이런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돕지 못한다. 선수나 코치나 해외 진출 사례가 매우 적다”고 꼬집었다. 틸리카이넨 감독도 “지도자 교류가 필요하고, 국가대표는 물론 클럽팀 간의 국제경기를 더 많이 치를 기회를 더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한국 배구는 V리그의 흥행과 달리 대표팀의 경쟁력이 뚝 떨어져 고민하고 있다. 국가대표 경기에서는 승리 기억이 희미해질 정도다. V리그 젊은 선수들의 성장 및 경기력 강화 등은 배구계가 서둘러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대표팀은 더 신장이 큰 팀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키가 커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서, 기술을 더 잘 사용할 수 있는 순간을 찾는 것은 항상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오기노 감독은 “(다들 부족하다고 평가하는)높이나 파워 등 개인 능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개인 기술 및 스킬, 팀 조직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국 배구에도 좋은 자질을 가진 젊은 선수들이 있다. 일본처럼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으면서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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