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투수들 막고, 베테랑 타자들 때리고··· 저력의 두산 ‘최악의 위기’ 속 위닝 시리즈 행진
지난 일주일은 올 시즌 두산이 맞닥뜨린 최악의 위기였다. 외국인 좌완 투수 브랜든 와델(등록명 브랜든)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 1선발 라울 알칸타라까지 팔꿈치 피로를 호소하며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공수 핵심인 양의지는 일주일을 시작하는 첫 경기(23일 잠실 NC전)에서 파울 타구에 손목을 맞아 경기 도중 빠졌다. 사실상 전력의 절반을 일주일 만에 잃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이승엽 두산 감독이 선수 시절에도 없던 최대 위기를 만난 것 같다”고 걱정했다. 오재원발 수면제 대리 처방이라는 초유의 악재가 터지며 그러잖아도 팀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 자칫하면 개막 한 달 만에 팀이 나락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이가 없으면 잇몸이다. 두산이 악전고투 끝에 최대의 위기를 버텨냈다.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 반등 곡선을 그대로 이어내는 데 성공했다. 주중 NC와 잠실 3연전(23~25일)에 이어 주말 한화와 대전 3연전(26~28일)까지 2승 1패로 마쳤다. 직전 키움과 잠실 3연전(19~21일)부터 3연속 위닝 시리즈 작성에 성공했다. 시즌 15승 17패로 여전히 5할 승률 아래지만, 6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5위 LG와도 불과 2경기 차다.
마운드 위에서 어린 선수들이 애를 많이 썼다. 23일 최준호(19), 26일 김유성(22)이 차례로 데뷔 첫 선발 등판에 나서 호투했다. 최준호가 NC를 상대로 5이닝 1실점, 김유성이 한화를 상대로 5이닝 2실점 호투했다. 김유성은 데뷔 첫 승까지 안았다. 28일 한화전에도 신예 투수의 활약이 빛났다. NC전에 이어 1군에서 두 번째 선발 등판에 나선 최준호가 야수들의 잇단 실책으로 5실점 하며 내려왔다. 이승엽 감독은 2사 1·3루에서 올해 입단한 김택연을 올렸다. 여차하면 경기가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김택연이 안치홍을 중견수 뜬공으로 막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김택연은 3회 1실점 했지만, 4회까지 2.1이닝을 씩씩하게 잘 던졌다. 김택연이 버텨주는 사이 두산은 4회 4점, 5회 6점을 몰아치며 17-8로 한화전 위닝 시리즈를 결정지었다. 김택연도 프로 첫 승을 신고했다.
타석에선 베테랑들이 활약했다. 김재환이 28일 한화전 3점 홈런만 두 방을 날렸다. 주장 양석환은 1회 1점 홈런에 이어 5회 만루홈런을 때렸다. 고참 타자 두 명이 나란히 ‘멀티 홈런’을 때렸다. 23일 부상 이후 닷새 만에 선발 포수로 나선 양의지도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마운드 위에선 젊은 선수들이, 타석에선 베테랑들이 합심하며 ‘신구 조화’가 이뤄진 셈이다.
두산의 위기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알칸타라가 아직 부상 회복 중이다. 브랜든은 당초 28일 한화전 복귀가 목표였지만, 몸 상태가 완전히 올라오지 않아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다음 달 1일 잠실 삼성전 등판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 또한 장담할 수는 없다. 결국 남은 선수들이 더 힘을 내는 수밖에 없다. 과거 ‘왕조 시절’ 두산은 그랬다. 늘 위기에서 더 강한 팀이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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