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尹대통령에 "가족 의혹 정리해달라" [종합]
尹 면전서 작심 비판한 李 "한국, 독재화"
거부권 자제 촉구…"野 파트너 인정해주길"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금 지급 요청도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처음 회동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이번 총선에서 나타났다고 판단되는 국민들의 뜻을 전달해드리려고 한다"면서 국정 기조 전환을 강하게 주장했다.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자제를 비롯해 여러 특검 수용을 요구하면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 수용을 에둘러 촉구하기도 했다.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도 힘줘 요청했다.
尹 "잘 계셨나" 李 "드릴 말씀 많아 써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께 용산 대통령실 2층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 대표를 맞이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악수하며 "잘 계셨냐. 선거운동 하느라 고생 많으셨을 텐데 다들 건강 회복하셨냐"고 인사했다. 이 대표는 "아직 많이 필요하다. 고맙다"고 화답했다.
이어 배석자들과 함께 원형 테이블에 착석한 윤 대통령은 "초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하고, (대선) 후보 때 TV 토론 때 뵀고, 당선 축하 전화해주시고, 국회에 가서 뵀다"며 "오늘 또 이렇게 용산에 오셔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게 돼 반갑고 기쁘다. 편하게 여러 가지 하시고 싶은 말씀 하시면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하지 마시라"고 멈춰 세웠다. 이어 "대통령님께 드릴 말씀이 많아서 써왔다"며 주머니에서 A4 종이를 테이블 위로 꺼냈다. 준비해온 모두발언 내용이 보도되길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이 대표의 모두발언 내내 이 대표와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이는 등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李 "대한민국 독재화 진행 연구 결과…국민 걱정"
모두발언을 시작한 이 대표는 "국민들은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게 돼야지, 어떻게 국민들이 정치를 걱정하냐고 말씀하신다"며 "오늘 이 자리에 대해서도 많은 국민들께서 큰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고 계실 것이다. 국정에 바쁘실 텐데 이렇게 귀한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또 "저희가 오다 보니 한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는 농담도 건넸다. 이 대표의 농담에 윤 대통령은 크게 웃어 보였다.
이 대표는 이어 "저는 정말로 대통령께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시길 바란다. 그것은 개인적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의 성공, 정부의 성공이 국가와 국민에게 유익하기 때문"이라며 "대통령 취임하실 때 이 말씀을 드렸는데,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그래서 오늘 제가 제1야당 대표로서 우리나라 최고 국정 책임자이신 대통령님께 이번 총선에서 나타났다고 판단되는 국민들의 뜻을 전달해드리려고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 팍팍하고 국민 삶이 어려워졌다.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며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들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건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정부 비판적인 방송에 대해서 중징계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보도를 이유로 기자,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매우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국민이 '혹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잡혀가는 거 아닐까' 이런 걱정을 하는 세상이 됐다. 모범적인 민주국가로 평가받던 우리 대한민국에 대해서 독재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한다. 남북 관계를 보면 '소위 말 폭탄이 진짜 폭탄이 되는 게 아닌가' 이런 걱정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李 "가족 등 여러 의혹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회담 의제를 띄웠다. 그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민생회복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해주시면 좋겠다"며 "사실 지난 2년은 정치는 실종되고 지배와 통치만 있었다는 그런 평가가 많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과연 이 자리에서 거론할지 정치권의 시선이 쏠렸던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이 대표는 먼저 "159명의 국민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던 이태원 참사나, 채 해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채 해병 특검법이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면서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연구·개발(R&D) 예산 등 복구도 촉구했다. 이 대표는 "내년까지 미룰 게 아니라 가능하면 민생 지원을 위한 추경이 있다면 한꺼번에 처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전세사기특별법이라든지, 화급한 민생 입법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연금 개혁에 대해서도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며 "대통령께서 책임 의식을 가지고 개혁안 처리에 나서도록 독려해주시길 바라고,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의정 갈등의 조속한 해소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께서 결단하셔서 시작한 의료 개혁은 정말 중요한 과제이지만, 의정 갈등이 계속 심화하고 있어서 꼬인 매듭을 서둘러 풀어야 할 것 같다"며 "의료 현장이 혼란을 겪고 우리 국민들께서도 피해를 보고 있다.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 전공 필수 지역 의료 강화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해 대화와 조정을 통한 신속한 문제 해결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의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회담은 이날 오후 4시 14분 종료됐다. 양측은 이후 배석자를 통해 비공개 회담에서 오간 내용을 전할 예정이다. 배석자는 각 3명씩으로,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자리했다. 민주당에서는 진성준 정책위의장,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함께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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