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尹대통령 만나 현안 전부 꺼냈다…민생회복지원금 수용 요청[이런정치]
채상병특검법·이태원참사특별법 등 수용 요청
“가족 등 여러 의혹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민생회복지원금 및 채상병특검법, 이태원참사특별법에 대한 수용을 요청했다. 가족 등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서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에 나타난 국민 뜻이 잘못된 국정을 바로잡으라는 준엄한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의 회담을 시작하면서 “우리 국민들께서는 선거를 통해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평화와 안전을 지키라고 명하셨다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께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미리 준비한 종이를 꺼냈다. 그는 “정치가 다시 복원되고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게 돼야지 어떻게 국민들이 정치 걱정하냐고 말씀하신다”며 “오다보니까 한 20분정도 걸리는데 실제 여기 오는데 700일이 걸렸다. 이 만남이 국민들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드리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내용들을 조목조목 담아 윤 대통령에게 전했다. 민주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걸고 거듭 강조해온 민생회복지원금 조치를 비롯해 주요 법안 처리 문제를 두루 언급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취임하실 때 이 말씀을 드렸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정말로 성공한 되통령이 되길 바란다”며 “그것은 개인적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의 성공, 정부의 성공이 국가와 국민에게 유익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드리는 말씀은 저의 입을 빌린 국민들의 뜻이라고 생각해주면 고맙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금 우리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 삶이 어렵다”며 "대통령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 삶이 어렵다.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모든 영역에서 많은 위기들이 도출이 되고 있는 상황이고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들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건 대통령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 비판적인 방송에 대해서 중징계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보도를 이유로 기자와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매우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 국민들이 혹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잡혀가는거 아닐까 이런 걱정들을 하는 세상이 됐다. 모범적인 민주국가로 평가받던 우리 대한민국에 대해서 스웨덴 연구기관이 독재화가 진행 중이다, 이런 연구결과를 발표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또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보면 소위 말 폭탄이 진짜 폭탄되는 거 아닌가 이런 걱정도 많이 하고 있는 상태”라며 “대통령께서도 이번 총선 이후에 우리 국민 여러분께 사과 말씀을 하셨다고 제가 보도를 봤다. 혹여 제가 오늘 드리는 말씀이 거북하실 수 있을 텐데, 그것이 야당과 국민들이 가지는 이 정부 2년에 대한 평가의 일면이다 이렇게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민생의 어려움, 국가적 위기를 해결하는 유능한 국정,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한 공정하고 상식적인 국정, 편 가르기나 탄압이 아닌 소통과 통합의 국정을 대통령과 여당에게 주문하셨다라고 생각한다”며 “국정의 방향타를 돌릴 마지막 기회다라는 그런 마음으로 우리 국민들의 말씀에 귀 기울여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생회복지원금 수용을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께서도 20여 차례의 민생토론회를 통해서 파악하셨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참으로 민생경제가 어렵다. 가뭄이 들면은 얕은 웅덩이부터 말라가는 것처럼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이 중에서도 서민들, 소상공인, 자영업자, 골목이나 지방이 더 어렵다”며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 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민생회복조치와 관련해선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지원 효과에 더해 골목상권이나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은 꼭 수용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도 말씀하셨던 R&D 예산 복원도 내년까지 미룰 게 아니라 가능하면 민생 지원을 위한 추경이 있다면 한꺼번에 처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전세사기특별법이라든지 다른 화급한 민생 입법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의료개혁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의정 갈등이 계속 심화되고 있어서 꼬인 매듭을 서둘러 풀어야 될 것 같다. 두 달째 이어진 의정 갈등 때문에 의료현장이 혼란을 겪고, 우리 국민들께서도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그리고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 공공·필수·지역의료 강화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해서 대화와 조정을 통한 신속한 문제 해결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이 제안드렸던 국회 공론화 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다”며 “의대 정원 확대 같은 의료 개혁은 반드시 해야 될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말씀드린다”고 했다.
연금개혁 문제도 거론했다.
이 대표는 “최근에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에서 소득대체율 50%, 보험료 13%로 하는 개혁안 마련됐다”며 “대통령께서 정부, 여당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개혁안 처리에 나서도록 독려해 주시기를 바라고,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해 주면 좋겠다며 ‘국정 기조 전환’을 언급했다.
그는 “사실 지난 2년은 정치는 실종되고 지배와 통치만 있었다는 그런 평가가 많다. 특히 어렵게 통과된 법안들에 대해서 우리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과도한 거부권 행사, 또 입법권을 침해하는 시행령 통치, 인사청문회 무력화 같은 이런 조치들은 민주공화국의 양대 기둥이라고 할 삼권분립,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일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입법부와 행정부는 견제와 균형 속에 국정을 함께 이끄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행정 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혹여라도 굴복시키려 하시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가 않을 것”이라며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총선의 민의를 존중해 주시면 좋겠다. 이태원참사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해주시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고, 또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도 했다.
아울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제1책무이고, 국가가 곧 국민”이라며 “159명의 국민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던 이태원 참사나 또 채 해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채상병특검법과 이태원참사 특별법 적극 수용도 요청했다.
또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도 했다.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미래의제’와 관련해 “현재 인구 위기나 기후 위기, 국제질서 재편이라고 하는 중요한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대처에 실패하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저출생의 핵심 원인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고, 따라서 그 대책은 불안의 해소라고 하겠다”며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서 결혼, 출산, 양육, 교육, 취업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또 “기후 위기, 그리고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이해서 재생에너지 정책의 일대 변화가 필요하다”며 “불황기인 지금이 바로 에너지 고속도로와 같은 재생에너지 산업 기반 확충에 대대적으로 투자할 적기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대화와 협력에도 조금 더 관심 가져 주시기를 당부드린다. 가치 중심의 진영 외교만으로는 국익도 국가도 지킬 수가 없다”며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로 전환을 검토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독도, 과거사, 핵오염수 같은 이런 대(對)일관계 문제에서 국민의 자긍심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발목 잡기가 아니라 선의의 경쟁으로 국민에게 편안함과 희망을 만들어 드리면 좋겠다. 정치라고 하는 것이 추한 정쟁이 아니라 아름다운 경쟁일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시면 좋겠다”며 “상대를 죽이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발언 중간 중간 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이후 이 대표가 발언을 마치자 “좋은 말씀 감사하고, 또 평소에 우리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 오던 얘기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저희가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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