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여름·냅다 폭우···2023년 덮친 '이상기후' 살펴보니
지난해 2달 가까이 '이상고온' 기록
가뭄·호우·산불 등 기후재난 이어져
지난해 날씨가 양극단을 널뛰며 시민들의 일상 속 불편은 물론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발생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꽃이 50년 전보다 2주나 일찍 피고 평년보다 열대야가 길어지는 등 빈번한 ‘이상고온’ 현상이 두드러졌다.
기상청은 29일 '2023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공개하고 지난해 연평균기온이 13.7도로 평년(12.5℃)보다 1.2℃ 높아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된 197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강수량 역시 1746.0㎜로 평년(1,193.2㎜~1,444.0㎜) 대비 31.8% 많아 역대 3위에 올랐다.
지난해의 특징은 한 마디로 예측이 어려운 ‘극단적·오락가락 날씨'였다. 지난해 봄은 ‘때 이른’ 고온 현상과 함께 2022년부터 이어진 긴 기상가뭄과 잦은 산불에 시달렸다. 4월 가뭄이 해소된 후 5월부터는 곧바로 태풍과 함께 집중호우가 이어졌다. 6~8월 여름에는 ‘역대 최고치’ 기온과 강수량을 갱신했다. 열대야의 장기화도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88년 만에 ‘9월 열대야’가 발생했고 가을까지도 늦더위가 이어져 11월에 서울, 강릉 등에서 30도에 육박하는 일최고기온 기록이 탄생했다. 통상 비가 적게 내리는 겨울에도 물폭탄이 쏟아져 12월 전국 강수량은 102.8㎜(평년 19.8~28.6㎜)로 극값 1위에 등극했다. 11월~12월 상순에 기온이 급등했다가 갑작스레 뚝 떨어지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고기온을 기준으로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한 날은 57.8일이었다. '이상기온'은 해당 일 기온과 평년기온 차가 상위 10%에 들 정도로 큰 경우를 뜻한다. 다시 말해 1년(365일) 중 약 16%가 손꼽히게 더웠다는 의미다. 이례적으로 더운 날씨는 개화 시기를 앞당겼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식물 계절관측이 이뤄진 홍릉시험림 식물 66종의 작년 평균 개화 시기는 50년 전(1968~1975년)보다 2주, 2017년과 비교해서 8일 빨랐다. 제주와 대구에서는 10월 들어서 벚꽃이 피기도 했다.
이같은 이상기후로 인해 각종 분야에서 사회·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산불은 10년 평균(537건)보다 11% 많은 596건이 발생했고 이에 따른 피해 면적은 10년 평균(3559ha)보다 40% 많은 4992ha에 달했다. 또한 피해 면적이 5ha 이상인 산불은 작년 35건으로 10년 평균(11건)보다 3배 이상 많았으며 대형산불도 8건으로 10년 평균(2.5건)보다 역시 3배 이상 잦았다. ‘산불의 대형화·일상화’를 유발한 장기 가뭄은 주요댐 저수율을 낮추고 지역민들이 용수 부족 현상에 시달리게 했다.
농어촌의 피해도 막대했다. 6~7월 전국적인 장마로 총 6만 8367ha의 농작물 피해, 1409ha의 농경지 유실·매몰, 257ha의 농업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게다가 8월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통과하면서 추가로 2849ha의 농작물 피해, 81ha의 농경지 유실·매몰 등이 발생했다. 아울러 지난해 여름 지나치게 뜨거운 바닷물로 인해 서해 연안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해역에서 약 438억 원 규모의 양식생물 대량 폐사 사태가 벌어졌다. 겨울철 저수온으로 인해 전남·경남에서만 약 48억 원의 양식생물 폐사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인명피해도 있었다. 지난해 5월~9월 사이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총 2818명(사망 32명 포함)으로 전년 대비 80.2% 늘었다.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도 총 53명이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지난해는 남부지방에 긴 가뭄이 끝나자마자 집중호우가 내리는 등 극한기후와 이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 해였다"면서 "과학에 근거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최전선에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10년부터 매년 발간되는 이상기후 보고서는 ‘기상청 기후정보포털 열린마당 – 발간물(「이상기후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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