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원내대표 ‘찐윤’ 이철규 출마설에 출마자 없이 눈치싸움

조미덥 기자 2024. 4. 2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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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5일 영입인재 낙천자들과 조찬모임을 하기 위해 여의도 한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왼쪽은 조정훈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출마자 없이 눈치싸움으로 흐르고 있다. 후보 등록을 이틀 앞둔 29일에도 출마 선언을 하는 당선인이 없었다. 친윤석열(친윤)계 핵심 이철규 의원(3선)이 출마를 유력하게 검토하자 다른 사람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수도권에선 이날도 이 의원 출마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월1일 후보 등록을 하고, 3일 당선인 총회에서 결정된다. 후보 등록 이틀 전인 이날까지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당선인은 없었다. 22대 국회를 시작하는 첫 여당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부터 정부와의 정책 조율 등 중책이 주어지는 자리인데 아직까지 나서는 후보가 없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이 의원의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게 다른 당선인들의 출마 선언이 사라진 배경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아직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선인 총회에도 불참한 채 주위로부터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통화에서 “본인이 꼭 하겠다는 건 아니고 더 좋은 사람이 있으면 밀어줄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윤계에선 이미 자연스럽게 이 의원으로 교통정리가 되는 분위기다.

친윤계에선 22대 국회 들어 더불어민주당의 ‘찐명’ 박찬대 원내대표와 상대하려면 국민의힘에도 ‘찐윤’ 이 의원이 나서야 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등 주요 법안 처리에서 당내 이탈표를 막기 위해 이 의원의 정치력이 필요하다는 의견,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이 의원이 해야 원활하게 당정 소통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전날 이 의원의 유력한 대항마로 꼽혔던 김도읍 의원(4선)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무게추는 이 의원 쪽으로 조금 더 기울었다. 이대로 출마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박찬대 의원이 단독 출마한 민주당처럼 이 의원이 단독 출마로 사실상 추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이천시 중리천로에서 송석준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송석준 의원(3선·경기 이천)이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송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이 어려운데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이런 건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아서 막판까지 고민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과 송 의원이 맞붙을 경우 송 의원이 이 의원에 대한 반발 표심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당내에선 수도권의 당선·낙선인을 중심으로 이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는 데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인천에서 5선이 된 윤상현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이 의원이) 솔직히 총선 패배의 책임이라는 면에서 보면 벌을 받아야 할 분이지, 상 받을 분은 아니다. 지금은 자숙할 때가 맞다”며 “국민 눈에 어떻게 보이겠나”라고 지적했다. 서울 종로에서 낙선한 최재형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의원이 원내대표 출마를 시사했다는 기사를 소개하며 “선수교체 없이 옷만 갈아입혀 다시 뛰게 할 수는 없다”고 적었다.

경남 김해갑에서 낙선한 조해진 의원은 이날 SNS에 “위기의 당을 구해보겠다고 몸을 던지는 사람은 없고 있던 사람도 뒤로 빠지는 암담한 현상”이라며 “대통령실에서 교통정리를 하고 있거나 이 시기 원내대표가 성배가 아니라 독배라고 생각해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의원을 겨냥한 듯 “이대로 가면 정권심판 책임자가 당의 얼굴이 돼 국민 앞에 나서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본인도 문제지만 이런 퇴행적 사태에 내부에서 아무 이야기도 안나오는 상황,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선의 대안조차도 나서지 않는 당의 현실이 더 절망적”이라고 탄식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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