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통에 몰카 넣어 …경북도 내 고교서 여교사 불법 촬영 잇따라 적발

디지털 성범죄 예방 예산 전년 대비 18% 수준인 5000여만 원에 불과

경북교육청 전경. 경북교육청 제공

안동=박천학 기자

경북도 내 고교 2곳에서 학생이 여교사를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차주식 경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의원이 경북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6일과 지난 16일 2개 학교에서 학생이 휴대전화로 여교사를 불법 촬영했다. 지난달 6일 발생한 사건은 여교사 화장실에서 피해 교원을 상대로 학생이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을 하다가 발각됐다. 이후 피해 교원과 가해 학생을 분리 조치하지 않고 교내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만 조치해 피해 교원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학교에서 개최된 교권보호위원회에서 가해 학생에게 ‘퇴학 처분’을 내렸지만, 이 학생의 이의 신청으로 지난 1일 교육청에서 개최된 징계조정위원회에서는 징계조치가 과중하다는 사유로 학생의 퇴학조치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6일 또 다른 학교에서는 수업 중 교탁 아래에 놓인 필통에 휴대전화 렌즈가 맞닿는 부위에 구멍이 있어서 교사가 학생 휴대전화를 열어 확인해 본 결과 교사의 치마 속이 촬영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한다. 가해 학생은 자퇴 처리되고 피해교사는 병가 중이며 동영상 유포 등 외부에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큰 상태라고 알려져 있다.

차 의원은 ‘경북도교육청 화장실 등 불법 촬영 예방 조례’를 발의하고 상시 점검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예산 수립을 강력히 요구했다. 차 의원은 "디지털 성범죄는 한번 발생하면 가해자를 처벌하더라도 동영상 유포 등으로 피해자의 피해 회복은 쉽지 않은 심각한 사안임을 고려해 예방 조례를 제정하고 관련 예산을 조속히 편성해 달라는 요구는 묵살한 채 올해 예산은 오히려 전년 대비 18% 수준인 5700여만 원밖에 책정되지 않았다"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안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