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가배상 첫 재판 기다리다가…형제복지원 피해자 또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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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8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강귀원(64)씨가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대표의 손을 붙들고 말했다.
몸이 아픈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긴 재판 과정은 또다른 형벌이다.
항소심 재판 첫날 피해자쪽 변호인은 "피해자들은 빈곤하거나 노약자들이다. 돌아가실 나잇대인 분들도 있어서 보상이 적기에 되지 않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신속한 재판 진행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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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을 꿔요. 꿈에서 자꾸 누가 나를 잡으러 온다고 해…살기가 너무 힘들어요.”
지난 1월18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강귀원(64)씨가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대표의 손을 붙들고 말했다. 이날은 강씨를 비롯한 피해자 6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변론준비기일이었다. 첫 재판을 앞두고 필요 사항을 정리하기 위한 자리라 당사자들이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되지만 원고 6명은 모두 모였다. 소송을 제기한 지 1년 2개월 만에 열린 재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날은 강씨의 마지막 법원 방문일이 됐다. 국가의 배상을 기다리던 강씨는 지난 3월 10일 잠에서 깨지 못했다. 돌연사였다. 첫 재판(5월9일)을 두 달가량 앞둔 날이었다.
강씨는 1984년께 부산역에서 경찰에 의해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됐다. 강씨의 편지를 받은 형이 1년 뒤 그를 데리고 나오기까지 감금당했다. 탈출을 모의했다는 이유로 구타와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고,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강씨의 몸과 머리에 평생 상처로 남았다. 사망 전까지도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고, 고문 등으로 건강이 쇠약해진 탓에 오른팔과 척추, 다리에 장애가 생겼다. 38년만인 지난 2022년 10월에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강씨를 형제복지원 피해자로 인정했다. 곧바로 국가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은 늘어졌다.
몸이 아픈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긴 재판 과정은 또다른 형벌이다. 지난해 8월엔 피해자 차진철(73)씨가 숨졌다. 차씨는 숨지기 석달 전 형제복지원 피해자 70여명과 함께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월 법원은 “160억여원의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판결하며 차씨에 대해선 “1975년 6월부터 28개월간 수용된 점을 인정해 국가가 위자료 2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판결 선고 반년 전 그가 숨졌다는 사실은 1심 선고 뒤에야 알려졌다.
긴 재판 끝에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결과가 나와도 정부 항소가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 중 처음으로 법원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자 법무부는 항소했다. 위자료가 너무 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항소심 재판 첫날 피해자쪽 변호인은 “피해자들은 빈곤하거나 노약자들이다. 돌아가실 나잇대인 분들도 있어서 보상이 적기에 되지 않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신속한 재판 진행을 요구했다. 2심에서 이겨도 정부 상고가 남아있다.
이 대표는 “지난번 법정에서 만났을 때 ‘힘들다’던 강씨의 말이 마지막인 줄 알았으면 더 잘 들어봤을 텐데, 사망 소식을 듣고 미칠 것같이 가슴이 아팠다”며 “보상을 기다리는 동료 피해자들이 계속해서 떠나가고 있다. 국가가 무엇을 위해서 시간을 끄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강씨의 유족들은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 장례는 지난달 15일 무연고 장례로 치러졌다. 첫 재판은 다음달 9일 열린다. 원고는 이제 5명이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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