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회유와 조작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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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흰 종이컵에 소주가 따라졌다. 나는 한 모금 입에 대고 더 이상 마시지 않았다. 김성태는 여러 잔을 마셨고, 얼굴이 불콰해졌다. 교도관 2~3인이 영상녹화 조사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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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흰 종이컵에 소주가 따라졌다. 나는 한 모금 입에 대고 더 이상 마시지 않았다. 김성태는 여러 잔을 마셨고, 얼굴이 불콰해졌다. 교도관 2~3인이 영상녹화 조사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지난 22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공개한 옥중서신의 한 대목이다. 제목은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대북송금 조작사건’. 검찰이 연어회·회덮밥·술을 접대하며 사건조작에 나섰다는 주장, 사실일까.
□ 이 전 부지사는 이달 4일 재판에서 “검찰 조사 당시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 등과 함께 검사실 맞은편 창고방(1315호)에서 술을 마셨다”고 처음 말했다. “이재명에게 대북송금을 보고했다”는 진술을 하도록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는 것. 이후 술자리 장소에 대한 기억을 1313호 검사실과 연결된 영상녹화조사실로 바꿨다. 그는 4차례 옥중서신과 입장문을, 검찰은 10차례 입장문과 설명 자료를 내며 상대의 거짓을 주장하고 있다.
□ 사건 진행을 보면 ‘이화영의 마음은 갈대’라 할 정도다. 작년 검찰 진술에서 “쌍방울 측이 북한에 방북 비용 100만~200만 달러를 보내는 등 일이 잘되는 것 같고 2020년 초에는 방북이 성사될 것 같다고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에게 보고했다”고 돼 있다. 그는 쌍방울과 유착관계를 형성하며 뇌물과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22년 10월 기소됐는데, 이 대표 연루 진술을 새로 내놨다. 그러다 이번엔 “(술자리) 회유와 압박으로 허위 진술한 것”이라고 또 바꿨다.
□ 군사독재의 역사에서 한국 수사기관은 숱하게 사건을 조작하며 부역했다. 주로 고문을 가하는 방식이었고, 그 잔재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2002년 서울지검 강력부에서 피의자를 물고문까지 해서 사망하게 했다. 2013년 기소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은 국가정보원의 증거 조작으로 없던 죄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 사건은 약간 궤가 다르다. 검찰이 부인하는 청사 내 ‘접대’가 있었다고 가정해도, 진실을 밝히기 위한 ‘라포르 형성’의 과정인지, 사건조작을 위한 ‘회유와 압박’인지는 결국 대북송금 사건의 실체에 달렸다.
이진희 논설위원 ri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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