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산재보험 60주년…“시대상 반영한 변화 필요”

2024. 4. 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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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산업사회가 도래하면서 우리의 생활 영위 방식은 생산공장이나 기업에 나가서 일을 하고 월급을 받는 형식으로 정착됐다. 그런 까닭에 노동력을 상실하는 것은 가정이 빈곤에 빠지고 불행해지는 등 가장 큰 사회적 위협이 된다. 일찌기 산업혁명이 태동한 서구 유럽 국가들에서도 일을 하다가 다치거나 아프면 이를 치료하고 생계비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예방보다 더 우선이었다.

산재보험이 우리나라 사회보험 중 가장 먼저 1964년에 도입 된 것도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산재보험은 건강보험이 치료비 중심으로 지원하며 본인 부담금이 있는데 반해 보험이 적용되는 부분에는 본인 부담금이 없고, 치료 받는 기간 중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휴업급여를 지급한다. 치료가 끝나면 장해등급에 따라 장해급여와 사망하면 유족급여 지급, 직장복귀를 위한 재활치료까지 지원하니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은 보장수준이 확연히 다르다.

한편, 산재보험은 그 적용범위를 노무제공자, 자영업자, 중소기업사업주 등으로 확대했고, 출퇴근 중 재해 등 산재인정 범위도 확대했다.

주목할 점은 최근 업무상 질병에 대한 신청과 인정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2017년 1만1672건에서 작년 3만1666건으로 171% 뛰었다.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이에 따른 노동계의 주목과 이슈화, 법원의 판례 경향(인정범위 확대) 등이 복합돼 근골격계, 뇌심혈관 질환, 암, 정신질환, 소음성 난청 등 과거에는 업무상 질병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들까지 신청하게 된 것이다.

업무상 질병의 신청증가는 산재보험에 커다란 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질병의 업무관련성 확인이 어렵다 보니 역학조사, 특별진찰,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등 관련 절차가 추가돼 처리기간이 장기화 되고 인정범위와 관련해 노사간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희망비전 2030' 경영전략 체계도

올해는 산재보험이 60년이 되는 해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의 나이인데, 앞으로의 60년 이상을 내다보는 전반적인 프레임 개선을 통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첫째, 증가하는 업무상 질병 신청에 대한 처리지연 문제를 해소하고, 공정·적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 역학조사 기관의 인적, 물적 인프라를 확충하고, 일부 아웃소싱, 업무 처리절차 단순화 및 효율화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소음성 난청은 프로세스 개선 중이며, 직업성 암 등 질병은 역학조사를 하지 않았더라도 그간의 사례나 문헌 등으로 확인되는 경우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둘째, 꼭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산재보험 실효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보험 사각지대 해소, 사중손실 방지, 사리사욕 제거 등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공단에서는 사각지해 해소를 위해 타 사회보험보다 선도적으로 적용 확대를 추진해 자영업자, 노무제공자 등 N잡러 들도 가입하는 등 직장가입자 기준으로 4대 사회보험 중 가장 많은 가입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특고 직종은 제외됐고, 자영업자 등은 임의 가입 형태라 적용 확대 검토가 필요하다.

사중손실(死重損失) 방지는 화물을 묶는 밧줄 등은 운송료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무게만 증가한다는 운송업종에서 기인된 용어로 사회보장에서는 국민후생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재정지출을 의미한다. 산재보험에서도 직장복귀 보다 요양을 지속하여 보험급여를 받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장기요양을 선택할 가능성이 많아지고 이는 재정투입은 많아지나 산재보험의 본래 효과는 달성되지 않는 사중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므로 산재환자의 직장, 사회복귀를 저해하는 요소나 산재보험 본질에 맞지 않는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사리사욕 제거와 관련해서는 부정수급과 함께 산재보험 가입을 회피하거나 종용하는 일부 사업주의 부정행위, 불법 브로커 등을 근절한 계획이다.

셋째, 다른 사회보험에 비해 가장 먼저 도입이 되어 나중에 도입된 사회보험 등과 기능 중복등에 따른 분업이나 협업 등 효율적 개편도 필요하다. 질병의 경우 업무적인 요소와 개인 특성적인 요소가 혼재돼 있어 건강보험과의 협업이 요구되며, 휴업급여와 실업급여의 연계도 해야 한다.

넷째, 새로운 비전을 정립하고 산재보험 현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공단은 준정부기관 중 두 번째로 큰 조직임에도 그 규모나 역할에 비해 타 사회보험 기관보다 인지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공단은 '일터에 안심, 생활에 안정,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행복파트너'라는 비전을 수립했다. 산재·고용보험 등 공단의 소명과 정체성을 쉽고 명확하게 국민들에게 전달하려는 취지다.

올해는 산재보험 60주년을 맞이한다. 공단은 새로운 비전을 수립해 그 역할과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고, 변화와 혁신을 통해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공정·적시·감동 서비스로 정의롭고 실효성 높은 산재보험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일터에 안심과 생활에 안정을 드리는 행복파트너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다.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필자〉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진주고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숭실대에서 노동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제30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1987년 공직에 입문해 2017년 9월까지 줄곧 고용노동부에서 근무했다. 초대 근로복지과장으로 근로복지기본법 제정을 주도했고 대변인, 근로기준정책관, 인력수급정책국장,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 직업능력개발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공직에서 명예 퇴임한 이후에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인적자원개발(HRD)학과 특임교수,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EHS센터 상근고문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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