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닷컴, FI들과 ‘1조 풋옵션’ 분쟁 조짐... 최악의 경우 동반 매각 가능성도

노자운 기자 2024. 4. 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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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2년 주주간계약 해석이 관건
그래픽=정서희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쓱닷컴) 주식매도청구권(풋옵션)을 두고 신세계그룹과 재무적 투자자(FI)들 간 법적 분쟁이 발발할 위기에 놓였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자칫 잘못하면 FI들에 1조원 이상의 거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쓱닷컴은 플랫폼 업체들의 몸값이 고점을 찍었던 2021년만 해도 기업가치 10조원을 바라보고 상장을 준비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FI들이 당장 다음달 1일부터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신세계그룹은 남은 이틀 동안 주주간계약 내용을 재검토하며 FI들과 협상할 예정이다. 풋옵션 효력이 인정받고 신세계그룹이 이를 갚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간다면, FI들은 이마트와 신세계가 보유한 주식까지 끌어다 강제매각할 수 있게 된다. 신세계그룹이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계열사 지분 매각에 속도를 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1조 풋옵션 효력 인정 받으면… 드래그얼롱 가능성도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세계그룹과 FI인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PE)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BRV캐피탈매니지먼트는 1조원 규모의 풋옵션 행사 가능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BRV캐피탈은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벤처캐피털(VC) 블루런벤처스의 관계사로,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맏사위인 윤관 대표가 이끌고 있다.

이들 FI는 2019년 7000억원, 2022년 3000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각각 15%씩 보유하고 있다. 어피너티는 모펀드 ‘Commercial Advantages Limited’에서 출자한 2개의 펀드(Convergent Trade Channels Kft, Commercial TradeGroup L.P.)를 통해 쓱닷컴 지분을 보유 중이다. 마찬가지로 BRV캐피탈도 모펀드 ‘BRV Lotus International Limited’에서 출자한 2개 펀드(Braxa Asia Fund I,L.P., 브락사아시아투 유한회사)를 통해 지분을 들고 있다.

FI들은 2019년 3월과 2022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이마트 및 신세계와 주주간계약을 체결했다. 중요한 항목은 “2023 사업연도에 SSG닷컴이 총매출요건(GMV) 또는 IPO 가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인수인은 2024년 5월 1일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 소유 주식 전부를 매수해 줄 것을 대주주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만약 FI가 풋옵션을 행사했음에도 매매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면 대주주 및 인수인이 소유한 주식 전부를 매도할 것을 청구(드래그얼롱) 할 수 있다는 내용도 계약서상에 명시됐다.

‘GMV 요건’이란 GMV 5조1600억원 달성을 뜻한다. SSG닷컴의 GMV는 2021년 이미 5조7174억원을 달성했으며, 지난해에도 5조7000억원을 넘었다. 또 IPO위원회가 선정한 복수의 IB로부터 IPO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받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때문에 이마트와 신세계는 “풋옵션이 발생하지 않는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기인식한 금융부채(약 6000억원)를 제거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반면 FI들은 쓱닷컴이 두 가지 요건 모두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먼저 GMV 요건은 중복 계상을 제거할 시 미충족한다는 게 FI들의 입장이다. 가령, 쓱닷컴이 상품권을 팔아서 번 매출액과 그 상품권을 받고 물건을 팔아 기록한 매출액이 중복돼 두 번 계상되며 GMV에 거품이 끼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쓱닷컴은 신세계상품권 외에 자체적으로 만든 쓱상품권도 많이 팔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쓱상품권 /쓱닷컴 캡처

FI들은 쓱닷컴이 IPO 요건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본다.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받은 ‘제안서’를 제출했는데, 제안서는 ‘의견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간혹 발행사(상장하려는 회사)에서 요청하면 증권사에서 상장 가능 여부를 확인해 주는 의견서를 써주기도 하는데, 이는 대표주관 계약을 따기 위해 제출하는 제안서와는 엄밀히 다르다”고 말했다.

◇ 컬리 몸값 계산식 대입하면, 쓱닷컴 FI 지분 가치 4000억도 안 돼

FI들의 주장대로 풋옵션이 효력을 얻게 된다면, 신세계그룹은 최소 1조원의 현금을 마련해 이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이들의 주주간계약에는 풋옵션과 ‘위약매수청구권(디폴트풋옵션)’이 별개의 항목으로 들어가 있다. 인수인 측 임원 선임 의무 위반이나 조직 구조의 일방적인 변경 등 주주간계약 내용을 심각하게 위반한 경우, 주식 발행일(2019년 3월)부터 매매거래 종결 시점(FI들이 문제를 인지하고 거래 종결을 선언하는 시점)까지 연 복리 25%의 이율을 적용해 디폴트풋옵션 행사가액을 정할 수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고의적으로 GMV나 IPO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려 했다면 풋옵션 행사 가격이 FI들의 투자 원금보다 훨씬 높게 책정됐겠지만, 이번 경우는 그런 건 아니다”라며 “신세계에서는 풋옵션이 살아있다는 생각조차 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즉 이번 경우엔 신세계그룹이 FI들에 돌려줘야 할 돈이 원금 1조원뿐이다. 다만 FI들은 물가 상승률과 환차손, 영업비용 등을 고려해 1조원 이상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다툼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는 FI들에 1조원을 돌려주는 게 절대 달갑지 않은 일이다. 이들의 지분 30%의 가치가 1조원이라고 가정하면 SSG닷컴 기업가치는 약 3조3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는 쓱닷컴의 몸값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유사 기업인 컬리는 지난해 GMV 2조8000억원을 기록했는데, 현재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시가총액이 6500억원에 불과하다. 즉 GMV 배수가 0.23배에 그치는 셈이다. 이를 쓱닷컴에 대입하면 기업가치는 1조3000억원에 불과하며, FI들의 지분 가치는 4000억원이 채 안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시장 상황 때문에 쓱닷컴은 IPO를 추진할 수도 없다. 실제로 쓱닷컴은 2021년 미래에셋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해 몸값 10조원을 기대하며 상장을 준비했지만, 현재는 작업이 ‘올스톱’된 상태다. IPO를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30일까지 협상… 계열사 지분 매각 속도 낼까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어떤 기업이라도 1조원이나 되는 돈을 한 번에 돌려주기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일단 FI들과 협의 중이니 내일(30일)까지 양측 입장을 원만하게 좁힐 수 있도록 해보고, 협의가 불발된다면 그 다음 단계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신세계그룹과 FI들이 협의하지 못한다면 양측은 법정공방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신세계 입장에선 FI들에 1조원을 돌려주지 못하면 보유 중인 쓱닷컴 지분을 FI들에 의해 강제 매각 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신세계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때문에 회계법인을 선임해 계열사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인데([단독] 이마트, 계열사 지분 일부 정리 착수… 스타벅스·노브랜드가 후보), 업계에서는 그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소수지분 매각 가능성이 가장 큰 계열사는 스타벅스로 알려졌다. 그 외에 신세계푸드, 노브랜드사업부, 이마트24 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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