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재판서 나온 '고구마'…檢 "음어" vs 피고인 "실험 용어"

정경재 2024. 4. 2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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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작원과 회합하고 연락을 주고받은 혐의로 법정에 선 하연호 전북민중행동 공동 상임대표의 재판에서 '고구마'라는 용어를 둘러싸고 논쟁이 일었다.

검찰 측은 이를 피고인과 북한 공작원이 사용한 '음어'(陰語)라고 주장했고, 하 대표는 사회 운동가로서 중국 공안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쓴 '실험적 용어'라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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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호 전북민중행동 대표 재판…공작원 인지 여부 놓고 공방
국가보안법 촬영 이충원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북한 공작원과 회합하고 연락을 주고받은 혐의로 법정에 선 하연호 전북민중행동 공동 상임대표의 재판에서 '고구마'라는 용어를 둘러싸고 논쟁이 일었다.

검찰 측은 이를 피고인과 북한 공작원이 사용한 '음어'(陰語)라고 주장했고, 하 대표는 사회 운동가로서 중국 공안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쓴 '실험적 용어'라고 맞받았다.

29일 전주지법 제11형사부(김상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하 대표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 신문 도중 하 대표에게 고구마의 의미를 물었다.

검찰은 "피고인은 2009년 '고구마 11박스 보내니 받으시길, 종자를 구했다, 고구마는 남방항공, 오전 9시'라는 이메일 등을 북한 공작원 A씨와 주고받은 뒤, 중국 북경 공항에 도착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간 대화로 미뤄 11박스는 '4월 11일', 종자는 '항공권', 고구마는 '피고인'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며 "즉 피고인과 공작원은 음어를 사용해 회합 일정을 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왜 그랬느냐"고 하 대표에게 물었다.

하 대표는 이에 "고구마라는 용어를 썼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면서도 "처음 중국에 가는데 제가 우리나라에서 사회 운동을 했기 때문에 검열이 심한 공안이 저를 좋은 이미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아 실험적으로 그 말을 썼다"고 답했다.

그는 "그 이후로도 세 번 정도 더 중국에 갔는데 그런 말을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다"며 "제가 그런 용어를 안 써도 공안들이 예민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검찰은 증거물로 확보한 이메일 중 '김정은 집권 1주기를 축하하는 내용의 축전'이 있는 것을 거론하며, A씨가 북한 공작원임을 알면서도 연락을 주고받은 게 아니냐는 취지로 하 대표에게 거듭 질문했다.

또 이메일에 '고구마' 외에도 '귤', '감귤', '피서', '작은 물건' 등 본래 의미와 다른 뜻으로 쓰이는 음어가 여럿 있다고도 주장했다.

하 대표는 "A씨가 공작원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과거 금강산에서 남북 농민대표단 회의 때 그를 처음 만났는데 중국 교포이자, 무역상으로만 알고 있었다"고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축전에 대해서는 "A씨가 무역상으로 북한에 자주 오갈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본인이 필요에 따라 써먹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축전에 있는) '강성대군'이라는 말도 남과 북이 서로 평화롭게 잘 돼야 교류도 잘 되고 하기 때문에 표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문 도중 방청석에서 술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 대표를 지원하는 발언이 나오자, 재판부는 "피고인 신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소란스럽게 하면 퇴장시키겠다"고 경고했다.

하 대표는 2013∼2019년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 A씨와 베트남 하노이, 중국 북경·장사·장자제(張家界)에서 회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은 하 대표가 회합 일정 조율, 국내 주요 정세 등 보고를 위해 A씨와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반면 하 대표의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A씨가 공작원인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연락한 것"이라며 공소사실을 거듭 부인했다.

다음 재판은 5월 27일 열린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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