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힘들다”…흔들리는 반도체에 무너진 상권
인근 상인 “월 매출 300만원가량 줄어들기도”
삼전 “공사중단 아닌 일정조정…시황 따라 달라져”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삼성전자가 경기 평택시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 건설을 일부 연기하면서 인근 상권이 직격타를 맞았다. 공사 연기로 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 직원과 공장 인부들이 줄줄이 떠나 유동인구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공사를 전면 중단한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에 상인들은 '희망고문'이라며 신음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건설 현장 협력사에 반도체 5공장(P5)과 4공장 페이즈2(PH2) 클린룸 공사 중단을 1월 말께 요청했다. 설계 변경, 발주처 사정 등이 중단 사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4공장은 올해 10월 가동 시작이 목표였으나 PH2 공사 중단으로 재개 시점이 불투명해졌다.
"아르바이트생 고용도 힘들어"…배달업 뛰어들기도
삼성전자 반도체의 '전초기지'로 불린 평택캠퍼스 공사가 좌초되면서 주변 상권까지 불똥이 튀었다.
28일 오후 2시께 찾은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부근. 공장 인부들의 점심 식사를 도맡았던 식당가 건물은 '가게 인수 문의' 등 각종 임대 스티커로 도배돼 있었다. 이 일대 가게 30곳 중 10곳이 임대 문구를 내걸었을 정도로 상권은 초토화된 모습이었다.
거리에 인적도 드물었다. 편의점 앞에서 음료를 마시는 2~3명 외에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평택캠퍼스에 파견된 삼성물산 직원들이 본사 등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유동인구가 대폭 감소한 데 따른 영향이다.
업계 관계자는 "2월부터 순차적으로 반도체 4·5 공장 건설에 투입된 인력을 감축했다"며 "4월 말 기준 삼성엔지니어링 인력만 80% 이상 빠졌고 6월이면 소수 리더급 인원을 제외하곤 전부 철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손님이 앉은 테이블이 두 곳 이상인 가게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빈 식당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조영미(50) 사장에게 '공사가 연기되기 전보다 매출이 얼마나 줄었느냐'고 묻자 "월 매출을 비교 해보면 120만~300만원 정도 줄었다"며 "이전에는 아르바이트생도 고용했는데 이젠 인건비 때문에 딸이랑 둘이서 운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아무개(57) 사장이 운영하는 감자탕집도 20개 남짓한 테이블이 전부 비어 있었다. 이씨는 "매달 몇백만원씩 대출을 받아서 월세를 겨우 내고 있다"며 "임대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회복될 가능성이 없으면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식당을 운영한지 25년이 넘었다는 이씨는 코로나19 때보다 더 경제적 타격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 때는 배달이라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주변에 사람 자체가 없다"고 전했다.
오프라인 매장 수익으론 월세를 충당할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배달업에 뛰어드는 곳도 있었다. 한식뷔페를 운영해 온 장승규(가명·50)씨도 이날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곳은 점심시간만 되면 300여 명의 인부들로 붐벼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두 달만 버티면 (공장이) 재개한다거나 세 달만 있으면 된다는 등 소문만 무성하다"며 "아무도 정확한 재개 시점을 몰라 희망고문만 계속된다"고 하소연했다.
상권이 추락하면서 부동산 시장도 악영향을 받았다.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윤아무개(30)씨는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경우 월세가 200만원을 상회했는데 지금은 100만원대 초반까지 내려갔다"고 말했다. 그는 "(상가의 경우) 장사가 안 되니까 권리금을 받으려고 해도 쉽지 않다"며 "이대로라면 상가 건물 경매가 우수수 쏟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사 중단이 아닌 일정 조정"이라면서도 어떠한 사유로 일정을 변경하게 됐는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재개 시점에 대해서도 "운영 계획에 따라 탄력적으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공장 라인은 고객 수요에 맞춰 운영되고 시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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