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판으로 전입세대 확인서 위조’…10억원 챙긴 일당 구속기소

“경각심 큰 세입자 대신 대부업자 노렸다”
PC방에 깔린 포토샵·그림판으로 문서 위조
깡통주택 매입 뒤 임차인 없는 것처럼 꾸며

매매가가 전세보증금보다 낮아 담보 가치가 없는 이른바 ‘깡통주택’의 공문서를 위조해 대부업체로부터 10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청 로고. /뉴스1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은 최근 A(48)씨를 주민등록법 위반,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A씨의 공범이자 부동산담보 대출 브로커 행세를 한 B씨와 대출명의자 겸 현장에서 실장 역할을 한 C씨 등 7명도 공범으로 구속 송치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내 임차인이 있는 주택을 매입한 뒤 피시방 컴퓨터에 깔린 그림판과 포토샵을 이용해 오려 붙이며 전입세대 열람내역서를 위조해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씨 일당은 지난 2022년 1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대출명의자를 앞세워 깡통주택으로 전입 신고한 뒤 전임세대 열람내역서에서 세대주가 없는 것처럼 위조했다. 이들은 위조한 공문서를 들고 대부업체 등을 찾아 주택을 담보로 9억5540만원을 대출받았다.

이들 조직은 범죄 과정에서 익명성을 보장한 텔레그램 등을 통해 소통하며 총책 아래 대출명의자를 모집하고 현장에서 이들을 감시하는 ‘현장 실장’, ‘대출명의자’, ‘인출책’, ‘위조책’, ‘배달책’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했다. 최근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세입자들의 경각심이 커지자, 대부업자를 노려 범행을 저질렀다.

앞서 경찰은 지난 1월 깡통주택을 매입한 뒤 전임세대가 없어 담보 가치가 충분한 것처럼 전입세대 열람내역을 위조하고 피해자로부터 5억원이 넘는 대출금을 편취했다는 수사 첩보를 입수해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방 영세 대부업자, 일반 시민, 임차인 등 피해자들은 현재 경제적 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울 만큼 큰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기 사건으로 대부업체는 빌려준 돈을, 임차인은 억 단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피고인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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