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현대차 수출車 야적장 옮기는 하청업체 근로자, 직고용 대상 아냐”

지난 3월 20일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부두 인근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뉴스1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제작된 수출차를 야적장으로 옮기는 업무를 하는 하청업체 근로자는 직접고용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김모씨 등 현대차 울산공장 하청업체 노동자 26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김씨 등은 수출차 출고 과정에서 최종 검사를 마친 차를 야적장으로 운전해 일정에 맞게 수출할 수 있도록 구분해 주차하는 일을 했다. 울산공장에서 신차가 나오면 현대차가 지급한 개인휴대단말기(PDA)로 차량 정보를 확인하고 지정된 수출 대기 주차구역으로 옮긴 뒤, 주차된 위치를 전산으로 등록해 현대차에 알려주는 식이다. 이는 ‘치장(置藏) 업무’라고 불린다.

이들은 “치장 업무는 생산 공정의 일부이고 현대차가 PDA를 통해 작업에 필요한 정보를 지시했으므로 불법 파견”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2016년 3월 현대차를 상대로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현대차가 시스템으로 업무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사업주로서 지휘·명령권을 보유하고 행사했다”며 하청업체 근로자들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현대차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근로자들이 수행한 치장업무는 수출선적장 밖 주차장에 있는 차량을 야적장으로 운송해 국가·차종별로 구분해 주차하는 정형화된 업무”라며 “PDA를 사용했다고 해서 업무를 지시했다고 볼 수 없고 구체적인 작업방법을 정한 작업표준서 등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협력업체는 원고들을 포함한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작업배치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다”라며 “자체적으로 근로자들을 선발했고, 필요한 경우 일용직 근로자를 고용해 업무에 투입하기도 했다. 인사권과 근태관리권 역시 협력업체에서 독자적으로 행사했다”고 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근로자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