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로 끝난 초대형 트레이드? 빌의 침묵과 함께 태양이 졌다
미국프로농구(NBA) 피닉스 선즈는 작년 6월 초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워싱턴 위저즈의 에이스 가드 브래들리 빌을 영입하기 위해 크리스 폴을 내줬고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 6장(2024, 2025, 2026, 2027, 2028, 2030년)과 총 4장의 1라운드 지명권(2024, 2026, 2028, 2030년) 교환 권리를 내줬다.
팀의 미래를 포기하면서 '윈 나우(win now)'에 집중한 피닉스의 과감한 행보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피닉스는 케빈 듀란트, 데빈 부커 등 리그를 대표하는 득점 기계 곁에 또 한 명의 올스타 가드 브래들리 빌을 세웠다. 포지션과 역할을 다소 겹쳐도 상대 수비를 공포에 떨게 할만한 강력한 3인방을 구축했다.
문제는 이들의 몸값이었다. 2023-2024시즌으로 케빈 듀란트의 연봉은 4764만 달러(2위)로 많았고 브래들리 빌은 4674만 달러(6위), 데빈 부커는 3601만 달러(24위)로 모두 리그 상위권이었다. 그러다 보니 얼마 안 되는 잔여 총 연봉으로 나머지 선수단을 채워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그래도 3인방의 명성이 워낙 높았고 기대치도 컸다.
그러나 태양은 결국 떠오르지 않았다.
피닉스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풋프린트 센터에서 열린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 서부컨퍼런스 플레이오프 1라운드 홈 4차전에서 116-122로 졌다. 이로써 피닉스는 4전 전패로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조기 탈락했다.
6점 차 승부로 끝난 4차전은 놀랍게도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치열한 경기였다. 피닉스는 이전까지 더 무기력했다. 1~3차전의 평균 점수차는 무려 18점이었다.
데빈 부커는 자신의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인 49득점을 몰아넣었다. 케빈 듀란트는 33득점 9리바운드 4블록슛으로 활약했다. 두 선수는 경기 내내 수비 코트에서 루디 고베어, 칼-앤서니 타운스 등 정상급 빅맨들을 상대했다. 엄청난 체력 소모에도 공격에서 제 몫을 했다.
그러나 나머지가 문제였다. 두 선수의 야투 성공률은 65.8%로 높았다. 두 선수에게 미네소타 수비가 집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믿기 힘든 수준의 효율이다. 그러나 브래들리 빌을 포함한 나머지 선수들의 야투 성공률은 33.3%에 그쳤다.
특히 브래들리 빌의 부진이 뼈아팠다. 그는 파울 트러블로 인해 31분밖에 뛰지 못했다. 슛은 정확하지 않았다. 야투 13개 시도 중 4개 성공에 그치며 9득점에 머물렀다. 더욱 큰 문제는 집중력 부족이었다. 그가 수비에서 쉽게 뚫리는 장면이 여러차례 있었고 실책은 6개로 많았다. 특히 승부처에서 실수가 너무 많았다.
브래들리 빌은 피닉스가 힘겹게 추격전을 펼치던 4쿼터 막판 결정적인 패스 실수를 범했다. 이어지는 수비에서 앤서니 에드워즈를 압박하다가 다소 허무하게 반칙을 범했다. 코트를 떠나야 하는 6번째 반칙, 게다가 피닉스는 이미 팀 파울에 걸려 있었다. 피닉스의 시즌은 사실상 이 장면으로 끝났다.
실망스러운 시즌을 누구 한 명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브래들리 빌은 28득점을 몰아넣었던 지난 3차전의 위력을 끝내 되찾지 못했다. 아마도 빌의 플레이오프 최악의 경기로 기억될 것이다. 그는 6반칙 퇴장을 당한 후 한동안 벤치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브래들리 빌은 1993년생이다. 여전히 전성기를 누릴 나이지만 강력한 원투펀치와 함께한 올 시즌의 경기력은 분명 기대 이하였다. 빌의 계약은 3시즌 더 남았고(2026-2027시즌은 선수 옵션), 다음 시즌부터 연봉은 5000만 달러를 넘어간다.
피닉스는 올 시즌 서부컨퍼런스 6위에 그쳤고 플레이오프에서는 조기 탈락했다. 시즌 내내 찾지 못한 '빅 3(big three)'의 시너지, 롤 플레이어들과의 조화 등이 뼈아픈 결과로 이어졌다.
피닉스에는 유서프 너키치라는 센터가 있다. 그는 파이터 기질이 강한 정통 빅맨이다. 다만 느리고 외곽슛이 약하다. 프랭크 보겔 피닉스 감독은 너키치와 3인방의 조화를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3인방에게는 최적의 파트너인 슈터 그레이슨 앨런의 부상 결장도 피닉스에게는 뼈아팠다.
너키치의 출전 시간은 20분에 불과했다. 피닉스는 나머지 시간 동안 케빈 듀란트가 사실상 센터를 맡아야 하는 스몰 라인업을 가동했다. 그럼에도 5명이 준수한 수비 집중력을 자랑했지만 리그에서 가장 높이가 좋은 미네소타를 넘기는 무리였다. 미네소타는 리바운드 싸움에서 피닉스를 44-30으로 압도했고 공격 리바운드를 17개나 잡아냈다.
그리고 이날 코트에서 가장 눈부셨던 선수는 미네소타에 있었다. 앤서니 에드워즈는 40득점 9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활약했다. 4쿼터 피닉스의 기세를 꺾는 엄청난 덩크를 터뜨렸고 두 차례 발목 부상을 당했음에도 끝까지 코트에 남아 누구보다 열심히 수비에 임했다.
칼-앤서니 타운스는 28득점 10리바운드, 시리즈 내내 데빈 부커를 상대로 강한 압박을 선보였던 제이든 맥다니엘스는 18득점을 각각 기록하며 활약했다. 미네소타는 압도적인 내외곽 수비력으로 피닉스의 3인방을 넘어섰다.
미네소타가 플레이오프 시리즈 승리를 거둔 것은 케빈 가넷이 활약하던 2004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미네소타는 20년 전 1라운드에서 카멜로 앤서니의 덴버 너겟츠를, 2라운드에서는 크리스 웨버의 새크라멘토 킹스를 누르고 서부컨퍼런스 결승에 진출한 바 있다. 결승에서는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의 LA 레이커스를 넘지 못했다.
미네소타는 2라운드에서 덴버 너겟츠-LA 레이커스 시리즈의 승자와 서부컨퍼런스 결승 진출을 다툰다. 현재 덴버가 레이커스에 3승 1패로 앞서있고 5차전은 30일 덴버의 안방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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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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