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인상·전공의 국가책임제…숙원 풀고도 '요지부동' 의료계
정부가 심근경색 등 중증 심장질환 수술에 대한 수가를 2배 이상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정부가 심장질환을 비롯한 소아외과, 뇌혈관, 장기이식 등 고위험·고난이도 수술에 대한 보상 확대를 약속한 데 따른 조치로, 오랜 기간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이 요구해온 숙원 과제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결정 백지화 없인 어떠한 대화에도 응하지 않겠다며 강경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중증 심장질환 중재시술 보상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급성 심근경색 등 중증 심장질환 환자의 혈관을 뚫어주는 수술인 심장혈관 중재술에 대한 보상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지금의 행위별 수가제도의 한계로 적장한 보상이 이뤄지지 못한 중재술에 대한 수가를 대기시간, 업무강도, 난이도를 고려해 높였다. 먼저 일반 시술의 1.5배 수가를 적용 받는 급성심근경색증 응급시술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심장혈관 중재술의 경우 기존에는 총 4개 심장혈관 중 2개 이상에 시술하더라도 2개까지만 수가를 산정하였으나, 앞으로는 모든 혈관에 대한 시술에 수가 산정이 가능하도록 하고 시술 수가도 기존 최대 130%에서 최대 270%로 대폭 인상한다. 수가에 반영되는 혈관의 개수도 최대 2개였던 것을 모든 혈관으로 확대했다. 시술 수가도 기존 최대 130%에서 최대 270%로 인상한다.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에서 4개의 심장혈관에 스텐트삽입술을 시행할 경우 기존 2개 혈관만 인정돼 약 227만원의 수가가 적용됐다. 앞으로는 4개 모든 혈관에 대한 시술이 인정돼 기존 대비 2배 이상된 약 463만원의 수가가 적용된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발표한 2월 이후 필수의료 수가 인상, 전공의 처우 개선, 의료전달체계 개선,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 의료개혁 핵심 과제 관련 대책들을 거의 매일 내놓고 있다. 이들 4개 과제는 그동안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를 비롯해 의대 교수, 전공의 등이 정부에 요구해온 것들이다.
정부는 필수의료 수가에 관해선 단기적으론 핵심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 ‘쪽집게식’으로 보상을 강화하고, 근본적으론 의료 가격표격인 상대가치를 완전 개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야간·휴일·응급 소아진료 등에 대한 보상을 늘리는 등 5년간 약 1조3000억원(연간 2600억원) 규모의 수가 개선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5월1일부터 고위험 신생아 진료에 대해 수도권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엔 일 5만원, 비수도권엔 일 10만원의 공공정책수가를 지원한다. 고위험, 고난이도 소아외과계열 281개 수술 항목의 연령 가산도 최대 300%에서 1000%로 대폭 인상한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에 대한 공공정책수가와 사후보상도 신설했다. 앞으로도 뇌혈관질환, 장기이식, 심장수술 등 고위험·고난도 필수의료행위 보상강화 방안을 계속 발굴해 추진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쏠림을 막기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편, 전공의 수련비용을 정부가 책임지는 국가 책임제, 전공의 80시간 근로시간 단축,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위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입법 추진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여기에 소아·응급 등 공공의료 분야의 손실을 정부가 사후 보상해주는 식의 대안적 지불제도까지 사실상 증원을 빼면 의료계가 요구해온 사항 대부분이 충족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 주 출범한 사회적 협의체인 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당근책’들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 조기 추진하겠단 방침을 내놨다.
그럼에도 의사들은 여전히 강경 모드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전날 의협 제76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정부가 2000명 의대 증원 발표,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백지화한 다음에야 의료계는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의료계는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수의료 수가 인상, 의료사고 안전망 등이 담긴 필수의료 패키지는 2월초 정부의 발표 직후 의협도 환영의 뜻을 밝혔던 정책이다.
의대 교수들의 모임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26일 총회를 열고 당직 후 24시간 휴식 보장을 위한 '주 1회 휴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의비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할 경우 휴진 기간에 대해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히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현재는 매주 1회 휴진이지만,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교수님들이 현장을 지키고 전공의들이 병원에 돌아와 환자 곁에 있을 때 국민들은 여러분의 목소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의사단체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게 의대 증원 백지화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대화에 조속히 참여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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