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윤핵관? ‘이철규 원내대표 추대론’ 두고 공방 중인 與

황우여와 호흡 맞출 與원내대표 관심…이철규 “누군가 악역 담당해야”
비윤계는 반발…안철수 “친윤 2선 후퇴” 윤상현 “책임지고 자숙해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현안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가 지명된 가운데, 여권에선 황 위원장과 호흡을 맞출 차기 원내사령탑 후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내에선 원내대표를 자진해서 맡으려는 이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의 단독 출마에 무게가 기울고 있다. 다만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일각에선 이 의원의 등판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원내대표 후보 등록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기존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던 4선(박대출)·3선(김성원·성일종·송석준·이철규·추경호) 의원들의 출마 윤곽이 점차 나오고 있다. 다만 당이 총선 참패 후 위기 상황인 만큼, 후보들도 원내대표직을 '독이 든 성배'로 여기며 선뜻 출마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원내대표 유력 후보로 꼽혔던 김도읍 의원도 지난 28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철규 의원은 자신의 원내대표 출마설과 관련해, 뉴시스를 통해 "누군가는 악역을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의원은 아직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측근들로부터 의견을 계속 수렴하며 출마 여부를 긍정적으로 고심 중이라는 전언이다.

특히 친윤계 내부에선 '이철규 단독 원내대표 추대론'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의원이 친윤 핵심으로서 그간 당과 대통령실의 가교 역할을 해온 만큼, 극단적 여소야대 지형에서 당정이 호흡을 맞추는 데 적임자라는 이유에서다. 이 의원은 총선 정국에서도 당내 인재영입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 등 굵직한 직을 맡으며 당정 간 추의 균형을 맞춰온 바 있다.

다만 당내에선 비윤(비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이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는 데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의원도 총선 정국에서의 주류층으로서 참패 책임이 있는 상황에서 당내 요직에 또 오르는 것이 모순이라는 이유에서다.

비윤계 좌장인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의원과 친윤계를 겨냥, "특정 희생양을 찾아 책임을 떠넘기기보다는 성찰-혁신-재건의 시간을 위한 2선 후퇴를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선당후사를 위한 건설적 당정관계를 구축할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며 "지금이야말로 중도층-수도권-청년층으로 확장력을 가진 전국정당으로 우뚝 세우고, 다양한 계층을 대변할 당으로 혁신해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권 5선을 이룬 윤상현 의원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 의원이) 솔직히 총선 패배의 책임이라는 면에서 보면 벌을 받아야 할 분이지, 상 받을 분은 아니다"라며 "지금은 자숙할 때가 맞다. 국민 눈에 어떻게 보이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이라며 "그 민심 속에서 우리가 지금 뭘 하는 게 당과 대통령한테 진짜로 도움이 되겠냐 이런 측면에서 봤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낙선자들도 '이철규 원내대표 추대론'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서울 종로에서 낙선한 최재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 의원을 겨냥해 "선수교체 없이 옷만 갈아입혀 다시 뛰게 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인천 연수을에서 낙선한 김기흥 전 대통령실 부대변인도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서 이 의원 출마에 대해 "야당이 공격할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할 것"이라며 "총선에 나타난 민의에 대해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오는 5월1일 원내대표 후보 등록을 받은 뒤, 3일 오후 2시 원내대표 선출 선거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원내대표직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는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