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피플] 승격 실패 후 뜨겁게 울었던 6개월 임대생, 이젠 부산의 핵심이 되다

김태석 기자 2024. 4. 2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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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부산)

▲ 피치 피플

부산 아이파크
MF
임민혁

지난해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직후의 일이었다. 시즌 내내 K리그2 선두권을 달리며 다이렉트 승격을 꿈꾸던 부산 아이파크가 시즌 막판부터 흔들리더니 2위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수원 FC에 밀려 승격에 실패했다. 심지어 승강 PO 때 1차전에서 이기고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부산 팬들은 물론 부산 선수들도 그 황망함에 어쩔 줄 몰랐다.

그런데 피치에서 유독 시선을 끈 선수가 있었다. 부산 중원을 책임진 임민혁이다. 임민혁은 임대생 신분, 그러니까 시즌이 끝난 후 돌아갈 곳이 있는 선수였다. 심지어 원 소속팀은 K리그1의 강호 FC 서울이었다. 어찌 보면 남의 일일 수도 있는 승격 실패, 하지만 임민혁은 트랙에 주저앉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꽤 이상한 장면이기도 했다. 시쳇말로 '빌려 온 선수'가 그 누구보다 주인 의식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겨울을 보내며 부산으로 완전 이적에 성공해 부주장으로 활동하게 된 임민혁을 직접 만나 그때의 이야기를 들었다. 여전히 부산 전술의 핵심으로 뛰고 있는 임민혁은 그때 자신이 커다란 터닝 포인트를 거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돌파구를 노렸던 임민혁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기어이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었었다.

서울 떠나 부산 임대, 내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Q. 만나서 반갑다. 지난해 FC 서울에서 임대 이적 후 부산에 정착했다. 서울을 떠나게 된 이유가 있는지?
"20세 때 서울에 입단했고, 광주 FC에서 뛰다 26세 때 다시 서울로 가게 됐어요. 그런데 20세 때와 26세 때의 마음가짐이 달랐어요. 26세가 되고도 경기를 많이 못 뛰다 보니까 그때 생각을 되게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성장을 한 만큼 많이 이제 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다시 벽에 부딪히다 보니까 좀 많이…, 흔히 '현타'라고 하죠? 그런 것도 많이 느꼈고, 실력적으로도 저를 좀 의심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때 부산이 절 찾아주었어요. 제겐 이 팀이 정말 중요한 팀이죠."

Q. 광주 시절 함께 했던 박진섭 감독에게 다시 제안을 받았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나?
"그때는 이제 제가 경기를 못 뛴 상황이고, 저한테는 선택권이 없었던 것 같아요. 축구 선수라면 경기에 나가는 게 제가 제일 행복한 순간이니까요."

Q. 6개월 단기 임대 선수라서 팬들이 사실 큰 기대를 안 했을텐데, 아니었다. 그때 정말 큰 사랑을 받았는데

"제가 또 임대는 프로 생활하면서 처음이거든요. 근데 확실히 임대생이라 그런지, 처음에는 크게 애정을 느끼지 못했어요. 임대생이니까요. 올해 완전 이적하고도 약간 그런 기분도 있었는데, 이제는 확실히 이 팀이 선수가 되다 보니까 좀 실감을 하게 됩니다. 작년에 임대생임에도 불구하고 엄청 많은 사랑을 보내주셔서 너무 좋았습니다."

임대와 별개로 제가 몸담고 있는 팀

Q. 지난해 PO에서 승격 실패한 뒤 트랙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부산 팬들에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임대 선수가 그런 모습을 보인 게 굉장히 놀라웠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힘든 상황에서 박 감독님께서 불러주셔서 오게 됐고, 임대는 별개로 제가 일단 몸담고 있는 팀이잖아요. 저희가 이제 1년 동안 엄청 농사를 잘 지어왔는데 막판에 그렇게 되다 보니 좀 감정이 되게 북받치더라고요. 그래서 그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Q. 성공적이었던 부산 임대 시즌 후 많은 생각을 했을 듯한데

"여러 생각이 막 교차하더라고요. 선택지가 일단 이렇게 여러 군데 있었어요. 좀 곤란한 상황도 있었어요. 김기동 서울 감독님께서 제가 훈련 때 좋은 모습을 보이니까 약간 쓴다고 이렇게 말씀을 하신 거예요. 서울에서 성공하지 못했던 제 입장에서는 다시 한 번 이렇게 좋은 감독님과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한편으로는 저희 박진섭 감독님께서 저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을 해 주셨잖아요. 고민 끝에 박 감독님의 그런 부분이 저한테 되게 와 닿았던 것 같아요."

Q. 본인이 알지 모르겠는데, 부산이 새 시즌을 대비하며 무조건 임민혁 선수는 잡는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걸 아는가?

"이적할 때 느낀 것도 있지만, 이제 오피셜 떴을 때가 좀 많이 실감을 했던 게 엄청 많은 분들로부터 DM도 많이 오고 메시지도 많이 왔어요. 응원과 성원을 많이 받으니까 그때 확실히 딱 작년에는 제가 진짜 열심히 했구나 약간 그게 딱 느껴졌어요."

Q. 부산과 서울이 함께 태국에서 전지훈련했다. 거기서 바로 짐빼서 옮긴 걸로 안다. 표정 관리 쉽지 않았을 듯한데

"서울 선수들은 막 장난으로 저한테 언제 가느냐 가는 거냐고 장난치면 말을 걸고, 부산 선수들은 언제 오냐고 연락을 많이 했어요. 저는 그저 흘러가는대로 했죠. 일단 몸을 만들려고 운동은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완전 이적 후 책임감이 더 생겼다

Q. 임대 선수였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마음가짐이 다를 듯한데

"팬들도 그렇고 저에 대한 기대감이나 책임감이 더 엄청 생긴 것 같아요. 작년에는 솔직히 임대생이라 제 할 것만 좀 열심히 하자 약간 이런 마인드였는데, 올해는 또 부주장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좀 자연스럽게 저뿐만이 아니고 옆 사람들 동료 어린 선수들 챙기려는 책임감이 좀 많이 생긴 것 같아요."

Q. 부산이 승격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저희가 선제 실점을 하거나 그럴 경우에 정신적으로 많이 휘둘리는 것 같아요. 실점을 당연히 먼저 할 수도 있고, 만약에 이번 경기 지면 다음 경기 이기면 되는 거잖아요. 그런 식으로 이제 멘탈 쪽으로 좀 강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좋은 팀들은 연승을 많이 하고 연패를 안 하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부분을 많이 좀 생각을 하면 좋은 위치로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Q. 부산 팬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작년에 사실 막판에 좀 그랬던 것 때문에 좀 죄송하기도 했고 좀 아쉽기도 했는데, 올해는 일단 홈에서 승리부터 하고 그런 부분을 하나하나 이렇게 발전을 해 나가다 보면 그래서 꼭 승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좀 더 응원도 많이 해 주시고 지금처럼 사랑도 많이 해 주시면 저희가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부산 아이파크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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