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가까운 보잉 ‘손절’…미국 학생시위에 두 손 든 대학

포틀랜드대, 잠정적 관계 중단 결정

보잉의 무인전투기 엠큐(MQ)-28 유령박쥐. 보잉 누리집.

가자지구 전쟁을 놓고 미국 대학생들의 시위가 확산된 가운데 학생들 요구를 고려해 군수업체와의 관계를 잠정적으로 단절한 대학도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시엔엔(CNN)은 오리건주 포틀랜드대가 이스라엘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군수업체 보잉과의 관계를 잠정적으로 단절한다는 결정을 했다고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각 대학 기금의 이스라엘 및 군수업체들에 대한 투자 회수 등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천막 농성과 시위가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이들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컬럼비아대 등은 교내로 경찰을 불러들여 학생들을 체포하게 만드는 바람에 반발을 사고 있다.

앤 커드 포틀랜드대 총장은 지난 26일 학교 구성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많은 학생과 교수들이 보잉과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며 “포틀랜드대는 보잉에 투자하지 않았지만 이 회사로부터 자선 사업 기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커드 총장은 보잉이 강의실 이름 사용과 관련해 15만달러(약 2억원)를 제공했고, 장학금으로 연간 2만8천달러를 지급하고 있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그는 관계 단절을 계속 요구하는 학생들과 교수들의 “열정”을 감안해 보잉과의 관계를 잠정적으로 단절하고 다음달 교수 및 학생들과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했다.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에서 가자지구 전쟁을 두고 각각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이들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이들이 드잡이를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미국 전역에 걸친 80여개 대학의 천막 농성과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일부 충돌 사례도 발생했다. 28일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는 텐트를 치고 농성하는 학생들과 이스라엘 지지자들이 서로 멱살을 잡거나 밀치고 소리를 질렀다. 학교 관계자는 “오랜 평화 시위 전통을 지닌 우리 학교에서 폭력이 발생했다는 게 가슴 아프다”고 했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해 가자지구 상황을 논의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 재확인,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 석방,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남단 라파흐 공격 준비를 놓고 그의 “분명한 입장”을 다시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엔엔은 통화에서 주로 논의된 것은 미국 시민권자들을 비롯한 인질 석방 문제였다고 통화 내용을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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