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2억원 1%에 대출" 나경원이 강조한 '헝가리 모델' 뭐기에?

전아름 기자 2024. 4. 2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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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새 인구 57만명 감소한 헝가리가 출산율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요약
ㄴ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 '헝가리 모델' 기반으로 한 저출생 대책 1호법안 추진 발표
ㄴ 헝가리의 출산율 반등 요인 1) 명확한 가족중심 정책 원칙, 2) 결혼, 출산, 양육가정에 대한 지원 3) 모계중심 사회로 여성 노동력 인정, 일관된 가족지원 정책 
ㄴ 장시간 노동, 고용불안, 물질중심 한국사회 돌아봐야 저출생 문제 해결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당선인이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을 제시하며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당시 모습. ⓒ베이비뉴스

2010년 우리나라와 헝가리의 출산율은 비슷했다. 한국 합계출산율은 1.24였고 헝가리는 1.23이었다. 그리고 14년 뒤 헝가리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기준 1.52명, 한국은 0.72명으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14년 사이 한국과 헝가리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최근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당선인이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을 추진하겠다고 29일 밝혔다. 나 당선인은 지난 25일 서울와이어 주최 '인구절벽 충격에 휘말린 대한민국 경제포럼' 기조강연에서 "현재 청년세대가 출산과 결혼하지 않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주거 안정"이라며 결혼하면 주택자금 2억 원을 초저금리(1%)로 빌려주고, 첫째 출산 시 이자 탕감, 둘째 출산 시 원금 일부 탕감을 주장했다. 이 대안은 나경원 당선인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장 부위원장일 때부터 주장해온 것이나 대통령실로부터 "국가 정책의 혼선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나 당선인은 "20년 만기 상품을 금융기관이 만들고 정부는 시중금리 5%의 차액인 4%를 부담하자는 내용인데, 예산 추계 해보면 연 12~16조원이 소요된다. 20년 후 우리 정부 예산 규모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감당 가능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나 당선인은 여기에 더해 '프랑스식 등록 동거혼 제도' 도입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 헝가리 "이민자 없이 헝가리 혈통으로 인구문제 극복"..가족예산 지출 GDP 대비 5% 

나경원 당선인이 주장하는 '헝가리 모델'이란 무엇일까. 헝가리모델은 자녀를 출산하는 부부에게 최대 1000만 포린트(우리 돈 약 4000만원)을 지원하는 출산장려 정책이다. 헝가리는 1998년부터 2018년까지 전체 인구의 57만명이 감소하는 극단적인 인구 소멸 현상을 겪고 있다. 2019년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가족 지원 정책을 도입하며 2030년까지 출산율을 2.1명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중등부 유럽의 가족 정책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 헝가리 사례를 중심으로' 논문을 쓴 이하얀 한국외대 EU연구소 인문사회사업단 연구교수는 해당 논문에서 "오르반 총리의 정책은 이민에 의존하지 않고 헝가리의 미래를 보호하려는 전략"이라며 "헝가리 정부는 인구감소 해결책으로 국민의 결혼 증진 및 전통적 가족 모델 장려와 자녀출산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오르반 총리는 2019년 정부연설에서 "헝가리에서 거주하는 인구 수보다 헝가리 혈통을 잇는 자녀들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며 헝가리 가족 정책의 핵심 방향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헝가리 정부는 가족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한다. 아이가 있는 가정이 그렇지 않은 가정보다 더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기조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헝가리는 전체 GDP 대비 약 5%를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을 위해 지출한다. OECD 평균 가족 정책 예산 규모는 2.4%, 우리나라는 1.48%에 불과하다. 

헝가리의 저출산 대책은 ▲자녀 4명 이상인 여성에게 평생 소득세 면제 ▲40세 미만 초혼 여성에게 최대 4000만원 무이자 대출 ▲5년 이내 1명 이상 자녀 출산 시 대출이자 면제 ▲2명 이상 출산 시 대출액의 1/3 ▲3명 이상 출산 시 대출액 전체 탕감 ▲자녀 3명 가정이 7인승 자동차 구매 시 1000만원 지급 ▲보육시설 신설, 건강보험 시스템 투자 ▲주거비 보조 ▲국영 시험관 시술 기관 무료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제도가 시행된 2019년 9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혼인 건수는 20% 이상 증가했고(2018년 5만 828건, 2019년 6만 5268건, 2020년 6만 7095건, 2021년 7만 2030건) 이혼율은 2010년 67%에서 2018년 33%로 급격히 감소했다.

◇ "돈도 돈이지만 중요한 건 문화와 가치..'물질 중심' 한국사회 돌아봐야" 

헝가리와 한국 합계출산율 비교. 이하얀 교수 논문 발췌. ⓒ베이비뉴스

이하얀 교수는 헝가리 가족 정책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일관적인 가족 지원 정책'을 언급한다. EU회원국 중 헝가리는 프랑스를 제외하고 가장 활발하게 가족 정책을 추진해온 국가로 평가받는다. 1927년 유급 임신 출산 휴가를 보편화했고, 1967년 육아수당을 도입했으며, 1985년 육아휴직급여 도입, 1993년에는 세자녀 이상 가족을 대상으로 육아지원금도 도입했다. 2016년에는 가족주택보조금을 도입해 가족의 주택 구입을 지원했으며 2023년에는 30세 미만 엄마에게 소득세 면제 혜택을 부여하는 정책도 도입했다. 젊음 양육자를 경제적으로 지원하며 출산을 장려한다는 의도다. 

이하얀 교수는 "중요한 점은 이 혜택이 전통적인 가정 구조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홀로 자녀를 양육하는 엄마도 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며 헝가리 정부는 변화하는 현대의 다양한 가족구성과 동시대적 가치를 인식하고 반영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하얀 교수는 논문에서 "그러나 헝가리의 저출산 정책이 가져온 재정적 부담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정부 지원의 확대가 재정 적자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며,  현금성 지원의 장기적인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헝가리의 사례를 참고하면서 한국이 자국의 실정에  맞는 저출산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헝가리의 정책과 같이 단기적으로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도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지만  노동시장의 구조나 사회, 경제적 차별과 격차 또한 저출산의 원인이 된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2007년 시행된 러시아의 출산 수당 지원 정책은 단기간 출산율이 높아지는 효과를 보았지만, 이후 재정적  불확실성으로 자녀를 더 낳지 않아 출산율은 금세 제자리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하얀 교수는 한국의 두드러지는 장시간 노동 문화와 고용불안을 언급하며 "혼자 살기도 힘든 세상이기에 결혼과 출산은 (청년세대에) 부담"이라며 "헝가리에서는 행복을 사람에게서 찾는 반면 한국에서는 그 행복의 정의가 대체로 물질 중심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헝가리와 대한민국 사이의 출산율 차이는 단순한 경제적, 정책적 요인을 넘어 문화와 가치관의 근본적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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