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 회담’ 앞두고 시민단체들 “이태원 특별법·채상병 특검을”

29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 앞에서 열린 \'영수회담에 대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긴급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유가족들이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뒤 처음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앞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그동안 정부·여당의 거부로 통과되지 못한 법안의 조속한 논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29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21대 국회 임기 안에 마무리될 수 있도록 영수회담 의제로 삼아달라”고 요구했다. 이정민 운영위원장(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주영씨 아버지)은 “22대 총선 결과는 명백했다. 국민은 세월호·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기억하며 투표소로 향했고, 해병대 채 상병 죽음의 진실을 위해 표를 던졌다”며 “총선 민심을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담이니만큼,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은 반드시 오늘의 의제가 돼야 한다. 우리 유가족들에게 더 오래, 더한 고통도 인내하며 길 위에서 버텨보라고 하는 것이 오늘 회담의 결과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같은 시각 입장을 내고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 처리를 앞둔 만큼, 이번 회담이 여야 간 협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최근 (윤석열 정권) 초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들이 비서실장, 정무수석 등 중요 직책에 다시 내정돼 국민의 우려가 증폭됐다”며 “이제라도 대통령실과 여당은 내각 구성을 야당과 협의하고,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관련 특검법에 대해 전향적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회담이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여야 간 상시 정책협의회를 설치해, 쟁점 법안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짚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1시간 정도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지난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전화로 먼저 제안하면서 추진됐다. 그 뒤 양쪽은 의제 조율에 어려움을 겪다,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만나겠다”는 뜻을 밝히며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진행하기로 최종 확정됐다.

이번 회담은 여야 간 주요 쟁점 법안의 처리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총선에서 대승한 민주당은 다음 달 29일 끝나는 21대 국회 임기 안에 △이태원 참사 특별법 △채 상병 특검법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겠다고 밝혔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의회 독재’라며 맞서고 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